[비즈니스포스트] 임형준 흥국생명 대표이사가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흥국생명은 재무건정성 강화가 시급한 상황이라 임 대표는 자회사형 GA를 통한 인력 재조정을 진행해 비용 절감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 임형준 흥국생명 대표이사가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
하지만 노조는 오히려 회사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자회사 설립을 강행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어 임 대표가 자회사형 GA를 최종적으로 출범시키기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27일 흥국생명 노조는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금융정의연대와 함께 서울 여의도에 있는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감원이 흥국생명의 자회사형 GA 승인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흥국생명이 지난해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이행 사태로 국가 경제에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부지급율과 소비자 불만족도 1위, 금융계열사를 통한 태광그룹 오너의 사익편취 등이 지속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기업이라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이 태광그룹 금융계열사전반에 대한 조사도 없이 흥국생명의 자회사 설립에 대해 승인을 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단체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금감원은 계열 금융사 전반에 대해 조사하고 필요하다면 엄정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며 “위법기업의 자회사 승인을 즉시 철회하라”고 말했다.
앞서 17일 노동시민사회, 금융정의연대 등 8곳의 시민단체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들 시민단체는 태광그룹에서 2015년부터 경영기획실을 통해 전체 계열사의 하청 및 협력사에 거래계약 조건으로 이 전 회장의 개인회사인 휘슬링락CC 골프장의 회원권 매입을 강요해왔다고 주장했다.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흥국생명의 자회사형 GA 설립을 둘러싼 노사 사이 전초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노조가 자회사형 GA 설립 승인 자체에 대해 비판하고 나선 것은 고용불안 문제를 두고 협상력을 키우기 위한 포석일 수 있다는 것이다.
1800여 명의 흥국생명 전속 설계사를 자회사로 이동시키거나 기존 전속 설계사 조직을 유지한 채 자회사를 세우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고용 승계나 처우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지난해 라이나생명도 자회사형 GA인 라이나금융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직원의 소속 전환을 두고 노사 사이 갈등이 발생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임 대표는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자회사형 GA 설립이 필요하기 때문에 노조를 달래기 위한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흥국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52.22%로 금융당국의 기준치인 150%를 겨우 턱걸이하는 수준이다.
이에 임 대표는 종신보험과 변액보험에서 수익성이 나은 보장성 보험 중심으로 보험상품군의 비중을 바꿔나가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자회사형 GA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보험회사가 자회사형 GA를 만들면 판매 조직을 분리함으로써 인건비와 점포운영비 등을 줄여 고정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와 함께 보험상품 개발 조직과 판매 조직을 분리해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고 보험상품 판매영역도 생명보험상품뿐 아니라 손해보험상품까지 넓힐 수 있어 영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흥국생명은 이제 금융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단계이기 때문에 구체적 출범 시기와 설립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이제 승인이 난거지 앞으로 어떤 형식으로 갈지는 시간을 두고 나오는 건데 아직 구체적 계획이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한국은행에서 30여 년 가까이 근무한 금융 전문가로 조직관리와 대내외 소통능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62년 부산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7년 한국은행에 들어가 금융시장국, 통화정책국 등을 거쳐 인사경영담당 부총재보를 지냈다. 지난해 3월 흥국생명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