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공매도 재개는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문제다.
2021년 5월 대형종목에 한해 공매도를 부분적으로 재개한 뒤 전면 재개를 놓고 금융당국과 개인투자자들의 의견 차이는 여전히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다.
▲ 이복현 금감원장이 올해 공매도 전면재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적절하지 못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
올해 증시가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관심이 줄어드나 싶더니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올해 내 공매도 전면재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다시 한번 화제의 중심이 됐다.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이 원장이 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발언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매도 전면재개 여부는 금융위원회 소관이라는 이유에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공매도에 관해 “시기와 방법은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있으니 계속 검토 중이다”는 신중론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앞서간 발언이었다는 것이다.
해당 발언이 월권인지 여부와는 별개로 문제를 다룬 시점과 방식은 더욱 유감스럽다. 조심스럽게 풀어가야 할 문제를 두고 개인투자자들의 반감만을 키운 모습이 됐기 때문이다.
사실 공매도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현 정부가 숙원사업인 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의지를 보이는 만큼 언젠가 거쳐야 할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공매도가 세계 최초 상장기업인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부터 존재했던 투자기법인 만큼 전 세계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만 이 같은 흐름에서 소외되기 힘들다는 논리도 설득력을 지닌다.
하지만 세상 많은 문제가 그렇듯 공매도 역시 투자기법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활용주체와 방식에서 문제가 생겨난다. 공매도제도가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와 비교해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하다는 지적이 나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실제로도 공매도 기법을 활발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일까지 최근 한 달 동안 공매도 거래대금 기준 72%가 외국인투자자로 나타났다. 외국인투자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다. 개인투자자 비중은 1.5%에 불과했다.
공매도가 시행되고 있는 다른 국가 가운데 일본, 유럽, 미국 등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비중이 20% 내외라는 점을 고려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3월31일 기준 국내 종목별 공매도 잔고를 대량보유하고 있는 86곳 가운데 85곳이 외국계 투자회사일 정도로 국내 공매도 시장에서는 외국인 비중이 절대적이다. 국내증시가 외국인투자자의 공매도 놀이터가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개인투자자가 담보비율, 대여기간 등에 있어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보다 주식을 빌려오는 데 제약이 크다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이 외로도 무차입 공매도 등 불법 공매도 행위가 여러 차례 적발되면서 투자자들의 불신을 키우기도 했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반발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원장은 공매도 전면 재개 발언이 논란이 되자 이후 “시장 접근성, 시장 참여조건 등 불공정 요건 개선 없이는 공매도 전면 재개는 신중하게 검토될 수밖에 없다”며 한발 물러선 바 있다.
늘상 외치면서도 자본시장의 공정성은 이루기 어려운 가치처럼 느껴지곤 한다. 공매도 재개가 결국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이라면 공정한 투자 환경을 위한 정책적 움직임 속에서 이뤄지길 희망해본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