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수장 취임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주도한 비즈니스호텔 체인 '신라스테이'가 출범 9년 만에 새 역사를 쓰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호텔신라의 비즈니스호텔 ‘신라스테이’가 국내 호텔업계에서 새 기록을 쓰고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이 뚝심으로 밀어붙인 지 9년 만의 성과다.
신라스테이가 ‘가성비 호텔’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호텔업계에서 탄탄한 입지를 쌓아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23일 호텔신라에 따르면 신라스테이가 10월 안에 ‘한 해 100만 객실 판매’ 기록을 쓸 가능성이 크다. 연말까지 125만 객실 판매가 가능하다는 기대 섞인 전망도 호텔신라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한 해에만 객실 100만 개 이상을 판매하는 것은 호텔업계에서 매우 값진 기록이다. 국내 호텔업계에서 아직 아무도 달성하지 못한 '전인미답'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를 비즈니스호텔인 신라스테이가 출범 9년 만에 달성했다는 것은 이 사업을 주도해온
이부진 사장에게도 매우 뜻깊은 성과일 수밖에 없다.
신라스테이는
이부진 사장의 지시로 2011년부터 추진된 호텔신라의 비즈니스호텔 체인 사업이다.
당시
이부진 사장은 호텔신라 대표이사에 오른지 1년도 안 된 시기였다. 호텔신라에 입사한지 10년 만에 수장에 오른 만큼 본격적으로 자신의 업적을 만들기 위해 추진된 사업이 신라스테이라고 볼 수 있다.
호텔신라는 자산운용사와 손잡고 사업비를 조달해 사업을 본격화하기 시작했고 2013년 11월 경기 동탄에 제1호 지점인 신라스테이 동탄을 열었다.
2014년 6월에는 전담 사업부를 호텔신라의 자회사 ‘신라스테이’로 분사하며 전문화에 힘을 싣기도 했다.
신라스테이는 2014년 서울 역삼에 두 번째 지점을 냈으며 2015년에는 제주와 서대문, 울산, 마포, 광화문 등에 2~3달 간격으로 연달아 새 지점을 오픈하며 본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섰다.
최근 신라스테이 여수를 오픈하며 2022년 10월 기준으로 호텔신라가 전국에 보유한 신라스테이 지점 수는 모두 14곳까지 늘었다. 객실 수만 따지면 4500개가 넘는데 이는 국내 단일 호텔브랜드로 가장 많은 수치다.
호텔신라가 비즈니스호텔인 신라스테이를 출범 10년도 안 돼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호텔신라가 40년 넘게 쌓아온 사업 노하우가 절대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호텔업계 안팎의 평가다.
호텔신라는 1973년 임페리얼이라는 독립법인을 모태로 한다. 사업을 본격화한 것은 1979년 서울신라호텔을 개관하면서부터다.
당시 삼성그룹을 이끌던
이병철 창업주는 박정희 대통령의 부탁으로 호텔사업에 진출했던 만큼 호텔신라를 한국을 대표하는 호텔사업자로 만들기 위해 품격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서울올림픽 본부 호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서울총회 개최,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VIP호텔 등으로 사용됐다는 것은 호텔신라가 5성급 호텔로 세계적으로 인정받아왔다는 점을 증명하는 사례들이다. ‘호텔판 미쉐린 가이드’로 불리는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에서 국내 호텔 최초로 3년 연속 5성급 호텔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이부진 사장은 이러한 호텔신라의 노하우를 신라스테이에도 그대로 이식했다.
객실당 가격을 10만 원대 안팎으로 책정해 ‘합리적 가격’을 지향하면서도 고객 서비스와 객실 수준은 4성급 호텔 수준으로 맞추는데 주력했는데 이런 노력이 단기간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지목된다.
글로벌 최대 여행플랫폼인 트립어드바이저에 올라온 고객 평가를 종합하면 신라스테이 광화문점, 역삼점 등은 평점 4.5점 안팎(5점 만점)을 기록하기도 한다. 신라스테이보다 등급이 높고 비싼 호텔보다 오히려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있다는 고객 후기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신라스테이 어떤 지점을 방문해도 침구와 객실이 깔끔해서 좋다”, “합리적 가격으로 이 정도 시설을 사용할 수 있는 호텔은 신라스테이가 유일하다”는 평가는 여러 커뮤니티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실제로 호텔신라는 신라스테이에 사용하는 침구류의 컨디션을 호텔신라와 버금가는 수준으로 관리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고객 경험을 좌우하는 인테리어 역시 ‘모더니즘’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 디자이너 피에로 리소니에게 맡겨 안정감을 주고 있다는 것이 호텔업계 안팎의 평가다. 불필요한 요소 없이 깔끔한 이미지가 고객들에게 호감을 준다는 것이다.
신라스테이는 한국 능률협회컨설팅이 주관하는 한국 산업의 브랜드파워 비즈니스호텔 부문에서 3년 연속으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신라스테이는 실적도 좋다.
2014년 분사한 뒤 첫 해와 다음해(2015년)에 각각 영업손실 8억 원, 33억 원을 봤지만 2016년 흑자로 전환해 2019년까지 내리 흑자를 냈다. 2019년에는 매출 1천억 원, 영업이익 100억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터진 2020년에는 잠시 적자로 돌아서긴 했지만 지난해 다시 영업이익 55억 원을 거두며 기초체력이 탄탄하다는 점을 증명했다.
신라스테이는 호텔신라의 호텔&레저부문에서 적지 않은 매출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호텔신라는 서울신라호텔과 제주신라호텔, 신라스테이 등을 주요 사업장으로 두고 있다. 호텔 등급으로만 따지면 신라스테이는 분명 서울신라호텔과 제주신라호텔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신라스테이는 이미 제주신라호텔보다 매출에서 앞서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의 신라스테이 매출 비중은 분기별로 25~27% 안팎을 보인다. 제주신라호텔의 매출 비중 15~21% 안팎을 넘는 것이다.
이부진 사장은 신라스테이 사업을 더욱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그려놓고 있다.
신라스테이는 올해 2월 회사 이름을 신라에이치엠(신라HM)으로 바꿨다. HM은 호텔업계에서 고객 환대 관리를 뜻하는 용어로 쓰는 Hospitality Management의 약자다.
신라에이치엠은 앞으로 호텔신라의 어퍼업스케일 브랜드(럭셔리호텔 다음을 일컫는 말) 신라모노그램과 함께 신라스테이를 글로벌 호텔 체인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