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을 조속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힘에 따라 노동조합과의 갈등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만 강 회장과 노동조합 모두 대우조선해양 매각 등 산업은행의 주요 현안을 제쳐놓고 본점 이전을 둘러싼 대립을 지속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본점 부산 이전을 고수해 노조와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강 회장이 부산 이전을 논의하자고 노동조합에 제안한 ‘소통위원회’가 갈등 상황을 푸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31일 산업은행 안팎에 따르면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강 회장의 국회 발언으로 노동조합과 갈등의 골이 한층 깊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 회장은 28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8년을 목표로 부산 이전을 추진하느냐 묻자 “가능한 한 빨리 시행할 수 있게 돼 있다”고 답변했다.
강 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부산 이전을 반대하고 있는 노동조합을 자극했다.
산업은행 노동조합은 강 회장이 취임한 6월23일부터 매일 아침마다 산업은행 본점 로비에서 부산 이전 반대 집회를 열고 있는데 강 회장의 발언은 이들의 투쟁 의지를 한층 북돋우는 셈이 됐다.
조윤승 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회장이 또 불을 다시 지폈다”며 “회사 블라인드라든지 회사 직원들이 많이 들어와 있는 단톡방에서 난리가 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 회장과 노동조합 모두 이러한 대치 상황을 마냥 지속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언제 실행될지 알 수 없는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을 놓고 대치 상황을 이어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강 회장은 국회에서 본점 이전을 위한 로드맵을 설명하면서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이 안 돼 아직 이전을 위한 준비를 하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려면 한국산업은행법에서 ‘본점 소재지를 서울특별시에 둔다’는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강 회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재 구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은 없다”며 “국회에서 산업은행법을 개정하기 전까지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다”고 말했다.
노동조합도 상위단체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에서 임금협상교섭 결렬에 따른 9월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어 현재 출근 시위보다 더 투쟁 역량을 모으거나 강도를 높이는 방안을 찾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강 회장과 노동조합은 대우조선해양과 쌍용자동차 매각 등 산업은행의 오랜 구조조정 현안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본점 이전에만 매몰돼 있다는 외부 시선도 부담이 되고 있다.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제위기 등 산업은행에 역할이 중요한 시점에 국책은행이 본점 이전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반발도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강 회장이 산업은행 회장에 취임하면서 제안한 소통위원회를 통해서 강 회장과 노동조합 양 측은 대치 국면을 풀고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강 회장은 부산 이전을 포함한 산업은행의 현안을 직원들과 논의하겠다며 소통위원회 구성을 제안했고 현재 위원회 구성을 준비하고 있다.
강 회장은 소통위원회를 통해서 노동조합과의 대화를 적극적으로 시도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노동조합 입장에서는 출근 시위 대신 소통위원회에 참여하게 되면 현안을 외면한 채 부산 이전에만 매달린다는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있다.
강 회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앞으로 이전을 왜 해야 하는지, 이전 과정상에 어떤 문제점이 있고 조직역량 약화를 막기 위한 방안 등은 무엇이 있는지 구성원들과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것이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