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처음으로 1300원대를 넘어서면서 환율 문제가 한국은행 기준금리 결정에 추가적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원화가치 하락은 가뜩이나 높은 물가 상승률을 한층 부채질할 수 있기 때문에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에 환율방어라는 관점까지 더해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24일 한국은행 안팎에 따르면 이 총재가 7월14일에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높은 물가 상승률뿐 아니라 연일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환율도 고려해 한 번에 0.5%포인트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총재는 물가상승 추세가 바뀔 때까지 금리인상 기조를 지속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총재는 21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현재와 같이 물가 오름세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국면에서는 가파른 물가상승 추세가 바뀔 때까지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국제 원자재 가격의 높은 오름세,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소비 회복세 확대 등 국내외적 물가상승 압력으로 당분간 5%를 웃도는 높은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 총재는 환율 문제는 통화정책의 변수는 아니라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4월 출입기자단과 상견례 자리에서 “환율은 정책 변수가 아니라 시장 변수다”며 “쏠림이 있거나 변화가 클 때는 조정할 수 있지만 환율 자체 움직임을 타깃해서 금리를 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1300원 대를 넘어서면서 이 총재는 기준금리 결정의 변수로 환율까지 고려 대상에 넣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원화가치가 떨어져 원자재 가격상승 등의 영향으로 상품가격이 오르고 결과적으로 물가 상승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1301.8원에 장을 마치며 2009년 7월14일 이후 12년11개월여 만에 1300원을 넘어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 오르면 물가 상승률이 0.06%포인트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한국은행은 9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최근 물가가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의 장기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을 추가로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분석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 총재가 물가 상승을 잡는 과제에 환율 급등을 막아야 하는 점도 고려해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과감한 기준금리 인상인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바라본다.
고물가, 고환율에 더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7월2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해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될 수 있는 상황도 앞두고 있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점도 감안할 수 있다.
이 총재는 21일 기자간담회에서는 환율도 언급하며 “한국은행의 빅스텝 인상은 경기에 미치는 영향과 환율 등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