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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푸르메재단 백경학 "푸르메소셜팜, 장애인 일터의 새 모델"

은주성 기자 noxket@businesspost.co.kr 2022-05-31 17:3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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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푸르메재단 백경학 "푸르메소셜팜, 장애인 일터의 새 모델"
▲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는 30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푸르메센터에서 비즈니스포스트와 만나 푸르메소셜팜을 둘러싼 이야기를 펼치던 도중에 잠시 카메라를 향해 자세를 취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아직 대다수의 청년 발달장애인들은 수도권에 살고 있다. 이들이 스스로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 출퇴근을 할 수 있는 도시형 푸르메소셜팜도 만들고 싶다.”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는 30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푸르메센터에서 비즈니스포스트와 만나 푸르메소셜팜이 발달장애인에게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성공적 모델로 자리잡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푸르메재단은 장애인의 재활 및 자립을 돕는 비영리재단이다. 푸른 산을 의미하는 푸르메라는 이름처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행복한 푸른 세상을 추구한다.

백 이사는 언론인 출신이다. CBS, 한겨레, 동아일보에서 기자생활을 하던 그는 독일연수를 마치고 떠난 영국 여행에서 아내가 교통사고로 장애를 얻었다.

백 이사와 아내는 영국과 독일에서 재활치료를 받다가 귀국한 뒤 한국 재활병원의 열악한 수준에 큰 고통을 겪었다고 한다. 이에 재활병원 건립을 목표로 세우고 가해자측 보험회사로부터 받은 피해보상금을 기부해 2005년 푸르메재단을 설립했다.

푸르메재단은 민간 최초 장애인전문 치과를 비롯해 장애인재활치료센터, 장애인복지관, 직업재활센터, 장애인 보호작업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2016년에는 넥슨을 비롯한 기업들과 기부자들의 뜻을 모아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국내 최초 어린이전문 재활병원인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도 설립했다.

푸르메재단은 재활 관련 활동에 멈추지 않고 2021년 청년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일터인 푸르메소셜팜을 건립하면서 또 한 번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푸르메소셜팜은 국내 최초의 스마트팜 기반 발달장애인 일터다. 최신기술이 적용된 스마트팜일 뿐 아니라 몸과 마음의 치유를 돕는 케어팜의 성격도 함께 지니고 있다.

어쩌다 청년 발달장애인을 위한 농장을 설립하게 됐을까?

백 이사는 “푸르메재단의 어린이병원에서 치료받은 아이들이 성장해 청년이 됐지만 양질의 일자리가 없어 힘들어 하는 청년 발달장애인들이 많다”며 “청년 발달장애인들에게 알맞고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제공할 방법을 찾다가 이 친구들이 식물을 키우고 흙을 만지는 과정에서 기쁨을 느끼는 것을 보고 농장 설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말했다.

푸르메소셜팜은 영리법인이다. 수익을 내고 성장하면서 청년 발달장애인들이 평생 근무할 수 있는 직장이 될 것을 꿈꾼다. 소셜팜 안에 들어설 베이커리 및 카페, 교육기관 등의 시설도 오는 7월 말 문을 열게 된다.

백 이사는 “첨단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팜인 만큼 수익성이 높을 뿐 아니라 장애인 직원들이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다”며 "베이커리 등에서 근무할 청년 발달장애인 10명의 추가 채용 절차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푸르메소셜팜에는 모두 38명의 청년 발달장애인들이 일하고 있다. 방울토마토와 표고버섯 등을 재배해 기업에 납품한다. 일반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판매는 하지 않는다.

백 이사는 “청년 발달장애인을 채용하면서 근로계약서도 꼼꼼히 작성하고 명함과 배지도 지급하는 등 보호대상이 아니라 보통의 노동자로 대우하고 권리와 보상을 제공하려 노력한다”며 “발달장애인 청년들이 주체가 돼 공동생산을 하는 만큼 자부심도 높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다.

이지선 한동대학교 교수이 지난 4월 발표한 ‘사회적 농업에서 종사하는 발달장애인의 일자리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보고서를 보면, 푸르메소셜팜 장애인 직원들의 일자리 만족도 평균점수는 5점 만점에 4.11로 조사됐다. 이는 2020년 장애인 임금근로자의 일자리 만족도 전체 평균(3.51)보다 크게 높은 수치다.
[인터뷰] 푸르메재단 백경학 "푸르메소셜팜, 장애인 일터의 새 모델"
▲ 경기도 여주에 있는 푸르메소셜팜에서 장애인 직원들이 농작물을 수확하하고 있다. <푸르메재단>
물론 소셜팜 설립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처음 소셜팜을 지으려 했던 경기도 남양주 인근 농지는 국토교통부의 신도시 부지에 포함되면서 계획이 흐지부지됐다. 다음으로 서울 강동구와 협력해 국토교통부 소유 부지에 소셜팜 건립을 추진했고 타당성 용역까지 진행했지만 부지 일부가 기획재정부로 넘어간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무산의 아픔을 겪었다.

이 때 경기도 여주에서 발달장애인 아들과 함께 농장을 운영해온 이상훈·장춘순 부부가 1만1900m2가량(약 3600평)의 부지를 기부하면서 소셜팜 설립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여주시와 SK하이닉스와 한국지역난방공사, 장애인고용공단, 에너지기술연구원 등도 힘을 보탰다.

백 이사는 “부지를 확보하고 준공을 위한 인허가 등을 받는 과정도 복잡해 어려움이 많았다”며 “어린이재활병원을 완공할 때도 어려움이 있었는데 그 때와 비교해 더 어려웠던 것 같다”고 웃었다.

푸르메소셜팜 확장도 추진하고 있다.

백 이사는 “여주 인근에 1천여 평 규모의 부지를 추가로 확보했다”며 “농장이 조성되면 여러 농작물을 추가 생산하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 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푸르메소셜팜이 장애인에게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새로운 사회공헌사업 모델로 자리잡기를 원한다는 뜻도 나타냈다.

백 이사는 "도시와 농촌 등 각 지역에 1천 명이 넘는 발달장애인들이 거주하고 있다"며 "농업과 복지가 결합된 푸르메소셜팜이 성공적 사회공헌사업 모델로 자리잡고 이후 여러지역에서 사업이 안착할 수 있도록 푸르메재단이 적극 지원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은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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