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11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채용비리 관련 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
함영주 무죄.”
11일 오후 2시49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308호 법정.
형사4단독 박보미 판사가 채용비리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에게 무죄를 선고하자 재판장 이곳저곳에서 안도의 한숨이 터져나왔다.
2018년부터 4년 가까이 끌어온 재판이다.
하지만
함영주 내정자의 얼굴에서는 기뻐하는 내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번 재판은 함 내정자뿐 아니라 하나금융지주에도 부담을 안겼던 재판이다.
무죄 판결로 한시름 크게 놨을 법 한데도 마냥 기뻐하기에는 거리낄 것이 많았던 것일까.
이날 재판은 한마디로 ‘증거 불충분에 따른 무죄’로 요약할 수 있다.
함 내정자가 법적 책임은 면했지만 도의적 책임까지는 외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함 내정자와 함께 기소된 장기용 전 하나은행 부행장과 하나은행 법인은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이 하나은행 공채 과정에서 일부 지원자들에 관한 추천 의사를 인사부에 전달한 것은 사실이나 피고인의 지시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함 내정자 역시 1심 결심공판에서 인사 담당자에게 지인의 자녀 등의 지원 사실이나 합격 여부를 물어본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하나은행장에서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그리고 하나금융지주 회장 내정자로.
함 내정자가 2018년 6월 채용 관련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되고 이날 무죄 판결을 받기까지 4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의 직함도 여러 번 달라졌다.
함 내정자는 현재 하나금융지주 회장으로 3년 임기의 시작을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책임감이 함 내정자의 몫으로 주어졌다.
함 내정자는 법정에서 나온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일로 많은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며 “앞으로 더 공정하게 경영하겠다”고 말했다.
함 내정자는 이번 무죄 판결로 회장으로 가는 가장 큰 고비는 넘기게 됐다.
아직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행정소송이 남아있지만 금융권은 함 내정자가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지난해 8월 제재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에서 이긴 점에 비춰볼 때 같은 사안으로 중징계를 받은 함 내정자도 재판에도 비슷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손 회장과 함 내정자 모두 2020년 3월 우리은행·하나은행 DLF 불완전판매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문책경고를 받았다.
DLF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등을 위반한 책임을 최고책임자에게 물은 것인데 손 회장과 함 내정자 모두 행정소송으로 대응했다.
문책경고를 받으면 3년 동안 금융기관 취업이 제한된다.
함 내정자의 DLF 행정소송 선고공판은 14일로 잡혀 있다.
금융권의 예상대로 함 내정자가 승소한다면 그때는 웃을 수 있을까?
함 내정자는 3월 말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하나금융지주 회장에 오른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