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2022-01-14 17: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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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새해 들어 국내주식 순매도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국내주식 보유 비중을 줄이려는 장기적 투자방향에 더해 이번 달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을 대비한 움직임으로도 읽힌다.
▲ 국민연금공단 로고.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올해 들어 3일부터 14일까지 10거래일 동안 국내 주식시장에서 9126억 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부터 국내주식 보유비중 줄이기를 본격화했는데 새해 들어서도 이런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까지 국내주식 보유비중을 16.8%까지 줄이는 것이 목표였고 지난해 12월 중에는 17.5% 수준으로 낮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올해 1월 들어 보여준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순매도 규모는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하면 크게 늘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지난해 하반기에 국내주식 4조9683억 원 어치를 순매도 했다. 대략 한 달에 8천억 원 안팎으로 순매도를 한 셈인데 이번 달에는 10거래일 만에 9천억 원을 넘겼다.
지난해 초와 비교하면 현재 국내주식 보유비중이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범위 안에 들어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등 비교적 여유가 있는 상황임에도 오히려 순매도의 고삐를 더 세게 틀어쥔 셈이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순매도 강도를 높인 원인으로 증권가에서는 오는 27일 상장을 앞둔 LG에너지솔루션을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LG에너지솔루션을 놓고 12~13일 진행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수요예측이 1500대 1에 이르고, 기관 주문액은 무려 1경 원을 넘기는 등 역대 최고 흥행을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 공모가는 14일 공모밴드 최상단인 주당 30만 원으로 결정됐다.
LG에너지솔루션 시가총액은 공모가 기준으로도 70조2천억 원이 되면서 삼성전자(약 468조6천억 원), SK하이닉스(약 94조 원)에 이어 코스피 3위 규모다.
게다가 증권가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적정 시가총액을 100조 원 안팎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LG에너지솔루션의 덩치가 워낙 크다 보니 국민연금 등 연기금으로서도 주식 매수를 위한 자금 확보는 물론 포트폴리오 비중 조정을 위해서라도 기존에 보유 중인 주식의 상당수를 덜어내는 일이 불가피한 셈이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국내주식 덜어내기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SK이노베이션과 포스코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다는 점은 눈에 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이번 달 들어 SK이노베이션 주식은 1205억 원, 포스코 주식은 569억 원 등 규모로 순매수하고 있다. 1월 중 순매수 규모로는 1, 2위다.
특히 포스코는 28일 주주총회를 열고 지주사체제 전환 여부를 결정한다.
포스코의 지주사체제 전환을 놓고 이에 반대하는 소액주주들이 국민연금을 향해 의결권 행사에서 반대 의견을 내주기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 여부 및 방향을 놓고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꾸준히 주식을 사 모으고 있어 눈길을 끈다.
물론 28일 열릴 주주총회의 의결권을 확정하기 위한 주주명부 확정은 지난해 12월27일을 기준으로 이뤄진 만큼 국민연금의 현재 포스코 주식 순매수는 의결권 행사 자체와는 관련이 없어 보인다.
포스코가 소액주주 설득을 위해 연이어 강도 높은 주주가치 환원책을 내놓으면서 주가가 힘을 받고 있다. 여기에 주주총회 이후 주가 흐름을 놓고 지주사 전환 안건이 가결되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물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은 일반적으로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나 철강 사업회사 비상장에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 주주총회를 앞두고 발표될 자사주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고려해보면 최소한 중립적 이슈”라며 “중장기적으로는 리튬, 니켈, 수소 등 신사업 가치가 재평가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