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원 농심 회장이 비건(완전 채식주의) 간편식브랜드 '베지가든'의 육성에 매달리고 있다.
신 회장은 신성장동력으로 내세운 베지가든으로 경쟁이 심화하기 전에 채식주의 식품시장을 선점하고 브랜드를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8일 농심에 따르면 비건 레스토랑의 총괄셰프를 채용하기 위한 선발 과정을 진행하고 있는데 채용이 확정되면 농심 본사의 외식사업팀과 함께 메뉴 개발에 들어갈 계획을 세웠다.
농심의 이번 총괄셰프 채용은 비건 레스토랑 운영을 위한 사전작업으로 볼 수 있다.
농심 관계자는 “농심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대체육 제조기술을 소비자에게 선보이기 위한 오프라인 채널로 비건 레스토랑을 준비하고 있다”며 “농심의 비건식품 관련 기술과 맛에 관해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레스토랑 운영과 관련해 구체적 사업규모와 계획 등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식품업계에서는 신 회장이 비건식품을 신성장동력으로 꼽았기 때문에 농심이 베지가든과 연계된 외식사업을 작지 않은 규모로 운영할 것으로 바라본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농심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은 단일 매장으로 운영하는 플래그십 매장 수준이 아닐 것이다”며 “베지가든 브랜드를 활용하고 강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복수의 매장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농심이 총괄셰프 채용조건에 비건 음식을 비롯해 프랑스 요리와 샐러드, 브런치 조리 경력자를 우대조건으로 내걸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레스토랑을 열면서 기존 베지가든의 제품 라인업도 크게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농심은 베지가든 브랜드를 선보인 뒤 주로 한식류 제품을 판매해왔다. 최근까지 만두와 떡갈비, 완자, 탕수육 등의 제품을 내놨고 샐러드 소스와 양념 등을 더해 30여 가지 품목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치폴레 소스나 체다치즈 등 양식에 활용할 수 있는 소스류를 보유한 만큼 농심은 레스토랑을 출점하면서 양식을 레스토랑 메뉴와 간편식으로 동시에 선보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농심은 올해 6월 비건식품사업과 관련성이 높은 ‘채린이’와 ‘비거닝’, ‘비건파머’ 등의 상표 출원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된다.
신 회장은 베지가든을 연매출 1천억 원 규모의 대형브랜드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외식사업으로 베지가든의 품질을 한 단계 높여 채식시장을 주도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시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농심에서 1천억 원이 넘는 브랜드는 신라면과 짜파게티, 너구리, ‘깡’스낵 시리즈(새우깡, 양파깡 등 5종) 정도가 꼽힌다.
그동안 농심은 라면의 별첨스프에 사용하는 대두단백과 수출용 '노 미트 라면'에 들어가는 스프를 제조하며 대체육을 활용한 비건식품을 개발하는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여기에 맛을 내는 조미 소재(조미료) 개발 역량이 더해져 비건식품을 간편식으로도 만들었다.
농심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인 HMMA(high moisture meat analogue·수분 함량이 높은 대체육 제조기술)을 적용해 실제 고기와 비슷한 맛과 식감은 물론 고기 특유의 육즙까지 구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국내 비건식품시장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장기적 시각으로 베지가든 브랜드 강화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파악된다.
신 회장은 올해 7월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1965년 당시 농심은 스타트업이었다”며 “임직원 모두가 젊은 피가 되어 스타트업처럼 활발하게 성장해 나가자”고 말했다.
국내 대체육시장은 아직 규모가 작은 편이지만 신세계와 CJ, 대상 등 국내 대기업들도 앞다퉈 대체육 기술 개발에 뛰어드는 등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은 매우 크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세계 대체육시장 규모는 2019년 47억4100만 달러(약 5조4700억 원)에서 2023년 60억3600만 달러(약 7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030년 대체육이 세계 육류시장의 30%, 2040년에는 6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정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