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DL그룹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이 회장은 DL케미칼 유상증자로 늘어난 자본을 활용해 친환경소재 등 특수소재사업을 넓힌다는 계획을 세웠다.
DL그룹 지주사 DL는 최근 100% 자회사 DL케미칼에 유상증자를 통해 4500억 원을 투입했다. 이에 DL케미칼의 자본은 1조2천억 원에서 1조6500억 원으로 늘었다.
이 회장은 평소 고부가가치 소재(스페셜티) 육성으로 이익률을 높이겠다고 강조해왔다. 고부가가치 소재의 생산용량을 2019년 말 20만5천 톤에서 2025년 53만9천 톤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DL케미칼은 고부가가치 소재생산을 통해 미래 신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이 회장의 경영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친환경 접착제사업에 진출했다.
DL케미칼은 미국 렉스텍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핫멜트(Hot melt) 접착제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DL케미칼은 합작법인의 지분 74%를 보유한다.
핫멜트 접착제는 열로 녹여 붙일 수 있는 접착제로 기저귀, 생리대 등 위생용품과 자동차 내외장재의 접착 및 각종 산업용품의 조립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DL케미칼과 렉스텍은 여수 석유화학단지에 1500억원을 투자해 연간 4만 톤 규모의 핫멜트 접착소재인 무정형 폴리알파올레핀(APAO) 및 접착제 생산공장을 건설해 운영하기로 했다.
무정형 폴리알파올레핀은 인체에 해가 없는 친환경 접착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여수에 지어지는 공장은 올해 착공해 2023년 상업생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은 이처럼 합작법인을 세우는 것 뿐만 아니라 고부가소재기업을 적극적으로 인수합병할 계획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DL그룹 차원에서 의료용소재 생산업체 카리플렉스를 인수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는 분석도 있다.
DL그룹은 지난해 미국 크레이튼으로부터 5억3천만 달러(약 6200억원)에 수술용 장갑, 주사용기 고무마개 등에 쓰이는 의료용 소재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업체 카리플렉스를 인수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수술용 장갑과 주사기용 고무마개 등의 수요가 늘어나자 카리플렉스는 2020년 7월 600억원을 투자해 브라질 공장을 증설하기도 했다.
당분간 의료용 라텍스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카리플렉스는 아시아 지역에도 증설을 통해 공급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카리플렉스는 현재 미국을 주력 판매시장으로 삼고 있는데 향후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판매를 늘린다는 것이다.
DL케미칼은 현재 안정적인 재무 건전성을 갖추고 있어 미래 투자를 늘리기 위한 차입도 유리한 금리조건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주요 신용평가기관인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DL케미칼의 신용등급을 'AA-/안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강병준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DL케미칼은 지주사 DL 및 주려계열사 DL이앤씨와 상호 연대보증을 하고 있고 다각화된 사업포트폴리오와 재무건전성을 확보해 신용등급이 안정적이다”고 말했다.
이 회장으로선 안정적 신용등급 기반과 유상증자를 통해 고부가 소재 사업분야를 키울 체력을 키워 둔 셈이다.
이 회장은 2005년부터 DL과 DL이앤씨로 분할되기 전 대림산업에서 석유화학사업부 부사장을 맡아 석유화학부문을 키운 공로로 2011년 대림산업 대표이사 부회장에 오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석유화학부문에 각별한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DL그룹 관계자는 “DL케미칼은 한화솔루션과 협력해 여천 나프타 분해설비를 운영하고 있어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받아 쓰고 있지만 범용 화학제품을 생산하다 보니 그동안 영업이익률이 높지 않았다”며 “고부가가치소재분야를 강화한다는 방향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꾸려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