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한미약품그룹의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가 된 만큼 선대 회장의 유훈인 가족 공동경영체제 방식을 이식하기 위한 실험을 본격적으로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족 공동경영체제 방식은 남편이자 창업주인 임성기 전 회장이 생전에 관심을 보여온 경영방식이다.
3일 한미사이언스에 따르면 기존에 지분 1.26%를 보유한 송 회장이 임성기 전 회장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 34.27% 가운데 10.39%를 상속받으면서 11.65%를 보유한 최대주주에 올랐다.
여기에 송 회장이 이사장을 지내고 있는 가현문화재단에도 임 전 회장의 지분 4.9%가 증여돼 송 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진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이 전문경영인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송 회장은 한미약품그룹의 직원복지 등 회사문화를 만드는 데 집중하는 동시에 가족 공동경영체계를 안착하는 데 더욱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송 회장은 2021년 1월 시무식에서 “선대 회장님께서 ‘인간존중’과 ‘가치창조’를 경영이념으로 삼고 한미약품그룹을 반듯하게 세운 만큼 이 귀한 가치와 철학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미사이언스 현재 주차장 부지에 제2의 한미타워를 건립해 직원복지시설을 마련하고 자율근무제, 리프레시 휴가제도를 더욱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미약품 창업자인 임 전 회장은 생전에 독일 제약사 머크의 가족 경영체제에 관심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머크 일가는 머크 회사를 350년 동안 소유해 왔는데 지배구조상 소유와 경영을 완전히 분리해 전문경영인에게 머크의 경영을 맡기면서도 중요한 의사결정에는 참여하고 있다.
머크의 지분 70%는 지주회사인 ‘이머크’가 보유하고 있는데 이머크는 머크 일가 130명이 지분 100%를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10명의 가족이 5년 임기의 ‘가족위원회’에 참여하고 머크 일가에서 5명, 외부전문가 4명을 뽑아 '파트너위원회'를 구성한다.
이 파트너위원회가 대규모 기업인수합병(M&A)나 최고경영자(CEO), 최고재무책임자(CF) 등의 핵심경영진을 선정하는 등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린다.
임 전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 상속으로 임 전 회장의 자녀 3명은 각각 5.27%씩 균등하게 지분을 받았다.
기존에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더하면 맏아들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사장은 8.92%, 임주현 한미약품 글로벌전략 및 인적자원개발(HRD)부문 사장은 8.82%, 임종훈 한미약품 최고정보책임자(CIO) 사장은 8.41%를 각각 보유하게 돼 3남매의 지분은 엇비슷하다.
임종윤, 임주현 사장은 한미사이언스의 등기이사를 맡고 있고
임종윤, 임종훈 사장은 한미약품의 등기이사에 올라 있다.
이번 상속에 앞서 임주현, 임종훈 사장은 올해 1월 한미약품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에 관한 권한과 책임도 한층 높아졌다.
송 회장과 3남매 이외에도 며느리와 사위, 손자, 손녀 등 오너 일가 17명이 한미사이언스 지분 14.15%를 보유하고 있어 머크식의 가족 공동경영체제를 운영할 환경은 조성돼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3남매 사이 지분 차이가 크지 않아 송 회장이 중심을 잡고 경영권 다툼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한편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평가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바라본다.
송 회장이 힘을 실어주는 자녀가 후계 경쟁구도에서 앞서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3남매의 지분이 대등한 만큼 임 전 회장이 지분 3%를 증여해 별도로 설립되는 임성기재단이 3남매 가운데 누구의 우호세력이 될 지도 후계구도 경쟁에서 중요해질 수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임성기재단은 현재 설립단계에 들어갔으며 한 달 가량 뒤에 설립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며 “임성기재단에는 오너일가가 전혀 참여하지 않으며 재단 대표는 이관순 한미약품 부회장이 맡아 독립적으로 운영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생명공학과 의약학분야 원천기술 연구를 지원하고 전문적이고 유능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