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CJ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박 부회장은 앞으로 CJ대한통운 대표이사만 맡기로 한 것은 CJ대한통운의 글로벌 경영 안착에 박 부회장의 경영적 능력이 더욱 필요하다는 이재현 회장의 뜻도 반영됐다는 시선이 나온다.
박 부회장은 그동안 CJ그룹 지주사 CJ 대표이사와 CJ대한통운 대표이사를 겸했는데 30일 CJ 주주총회에서 CJ 등기이사에서 물러난다. 앞으로 CJ대한통운 경영에 전념하게 된다.
박 부회장은 그룹 전반의 상황을 파악하고 잘못된 부분을 바꿔내는 능력도 탁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현장에 밝은 전문경영인으로서 계열사 현안을 해결하는 능력도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삼성그룹에 몸담았던 2004년에는 카드사태로 위기에 빠졌던 삼성캐피탈과 삼성카드 대표이사를 맡아 구조조정을 도맡았으며 삼성전자 중국 총괄사장을 맡아 삼성전자의 중국사업 확장을 주도했다.
삼성생명 대표이사 부회장을 지내며 상장작업 등 굵직한 현안을 해결한 뒤 2013년 계열사 현업에서 떠났었다.
현재 CJ대한통운은 가파른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글로벌 일류 물류회사’라는 목표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CJ대한통운은 2013년부터 해외에서 10여 건의 인수합병을 실시하면서 외형을 급속히 키웠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매출 10조4151억 원, 영업이익 3072억 원을 거뒀다. 1년 전보다 매출은 13.0%, 영업이익은 26.6%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40개국, 154개 도시를 거점으로 한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해외 매출비중도 42.6%까지 끌어올리는 성과를 냈다.
CJ대한통운이 글로벌 일류 물류회사로 가기 위해서는 외형 성장에 걸맞게 내실을 다지는 일도 중요하다. 그동안 계속 진행해왔떤 크고 작은 인수합병들을 안정화해야 한다는 글로벌 네트워크로 제대로 묶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올해 초 미국과 말레이시아에서 각각 해외법인과 기존에 인수한 현지법인을 합병해 미국 'CJ로지스틱스 아메리카'와 말레이시아 'CJ센추리' 등을 세우며 글로벌 물류네트워크를 재정비하기도 했다. 국가별로 법인 사이 시너지와 중복사업 등을 감안해 효율적 구조를 꾸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중국과 인도 등에서도 물류센터 통합, 사업 확장 및 재정비 등을 준비하고 있다.
박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중국 현지화 전략을 이끌었던 경험을 토대로 CJ대한통운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안정화하고 시너지를 확보하는 데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임직원 수의 70%가 글로벌업무를 담당할 정도로 이미 글로벌기업으로 모습을 갖췄다”며 “기존 물류서비스의 틀을 깨고 미래 산업으로서 물류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투자 및 연구개발(R&D)에 공을 들이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박 부회장님의 역량이 발휘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부회장이 CJ대한통운 경영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CJ대한통운 전문경영인들의 역할도 더욱 세분화될 가능성이 높다.
CJ대한통운은 2019년 3월부터 박 부회장과 박근태 CJ대한통운 사장, 김춘학 CJ대한통운 총괄부사장이 각자 대표이사를 맡아 이끌고 있다.
박 부회장이 택배 등 물류부문을 다루는 경영총괄을 맡고 박근태 사장과 김춘학 부사장이 각각 중국 등 해외사업과 건설사업을 나눠 책임졌다.
CJ대한통운은 12일 이사회를 열어 대표이사들의 권한 조정 및 각자대표이사체제를 지속할지 여부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