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공고도 아직 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올해 안에 매각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섣부른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 인수의사를 밝힌 곳은 애경그룹 한 곳밖에 없는데 자금력이 충분하지 않다. 이 밖에 SK그룹, 롯데그룹, 한화그룹 등은 직간접적으로 인수설을 부인했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려면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구주)을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사들이고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를 지원해야 한다. 비용부담이 큰 편인데 아시아나항공이 놓인 경영환경 역시 만만치 않다.
문제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만큼 해를 넘기면 바로 총선 국면에 접어든다는 점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표적 호남기업으로 상징성이 매우 크다. 호남에 기반을 두지 않은 기업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지역사회의 반발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까지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큰 진전이 없으면 정치권 일부에서 아시아나항공을 호남지역에 남겨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특히 호남지역에 기반을 둔 기업이 하림그룹, 호반건설, SM그룹 등 상대적으로 무게감이 떨어지는 만큼 이들에게 넘기기보다는 기존 주인에게 남기는 방안이 떠오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모두 박 전 회장의 경영복귀는 없다고 못 박았는데 박 전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지 않으면서 금호산업 아래에 아시아나항공을 그대로 두는 방식도 있다”며 “이렇게 되면 사실상 박 전 회장의 영향력 아래에 아시아나항공이 놓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호남지역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매각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지키기 광주시민대책위원회’는 6월 초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대기업에게 특혜를 주는 아시아나항공 매각방식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박 전 회장이 그동안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사실상 재건할 수 있었던 데는 호남기업이라는 정서적 측면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박 전 회장은 이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을 향한 매우 강한 애착도 보여줬다.
그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결정된 뒤 사내게시판에 “아시아나항공은 내 모든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이라는 브랜드에 40대와 50대, 60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분위기가 이렇게 흘러가고 기회가 찾아온다 하더라도 박 전 회장이 이를 직접 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예상대로 되지 않을 때를 대비해 안전장치도 마련해뒀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에 영구채 매입을 통해 5천억 원을 지원하는데 1년 뒤부터 이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산업은행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율은 22% 수준이 돼 주요주주로 올라선다.
산업은행이 이 지분을 기반으로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에 드래그얼롱(동반매도 요청권)을 행사하면 아시아나항공 매각에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박 전 회장의 퇴진을 직간접적으로 압박했던 만큼 박 전 회장이 금호산업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아시아나항공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를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박 전 회장이 지금 당장 아시아나항공에 미련을 두고 있다고 해도 방법이 없고 박 전 회장도 스스로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올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아무도 나서지 않고 내년 총선 국면에 접어들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 지 모른다는 점에서 박 전 회장도 다시 반전을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