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기로 한 세계보건기구(WHO)의 결정과 관련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게임업계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28일 문체부와 게임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박 장관은 세계보건기구의 게임이용장애(게임중독) 질병분류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게임산업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부처 사이 정책조율을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문체부 관계자는 "박 장관은 게임산업을 비롯한 문화콘텐츠산업을 향한 육성의지가 매우 높다”며 “문화콘텐츠산업은 한국이 잘 할 수 있는 분야라 움츠러들지 않게 더 키워나가야 한다는 부처 내부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27일 세계보건기구의 게임중독 질병분류에 따라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관리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하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구성하려는 민관협의체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게임산업을 중시하는 박 장관이 세계보건기구의 권고안을 그대로 따르려는 보건복지부 정책방향을 수용할 수는 없었던 셈이다.
이를 놓고 이낙연 국무총리가 28일 “관계부처들이 향후 대응을 두고 조정되지도 않은 의견을 말해 국민과 업계에 불안을 끼치면 안된다”고 진화했다. 보건복지부 대신 국무조정실이 나서 관련 부처와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대응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국무조정실이 구성하는 민관협의체에서 게임산업 보호정책에 관한 의견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게임업계와 최근 간담회에서 "게임중독에 관한 진단이나 징후, 원인을 놓고 명확한 기준이 없다"며 "게임 자체보다 스트레스와 사회 심리적 환경 등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게임중독의 질병분류에 반대 태도를 분명히 하기도 했다.
게임업계에서는 박 장관이 게임 관련 규제를 풀어주고 게임산업을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한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박 장관이 게임업계와 관련단체 관계자들을 만난 간담회에서 규제완화를 놓고 예상보다 강한 의지를 보여 놀랐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5일 제72차 총회 분과회의에서 게임중독을 질병코드로 등재하는 내용을 담은 국제질병분류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국제질병분류 개정안은 2022년 1월부터 효력이 생기며 한국 정부가 절차를 밟아 세계보건기구의 권고안을 받아들이면 2026년부터 국내에서도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게 된다.
게임업계는 이 개정안이 국내에 도입되면 게임산업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산학연구단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면 게임산업의 경제적 위축 영향이 최대 11조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게임학회장을 맡고 있는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보게 되면 청소년 게임에 규제가 더 심해져 성인용 게임만 늘어나고 게임개발자도 크게 줄면서 게임산업 생태계가 붕괴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