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은 유 사장이 '용퇴'를 하기로 결심했다고 강조했지만 KDB산업은행 등 현대상선 채권단의 압력이 컸던 것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유 사장이 책임론을 이겨내지 못했다는 뜻이다.
유 사장은 2016년 9월 현대상선 사장으로 부임했다. 현대상선은 2015년 2분기부터 적자를 내고 있었는데 흑자로 돌려놓을 ‘구원투수’로 나섰다.
하지만 2018년 4분기 기준 현대상선은 15분기 연속 적자를 보이고 있다. 2018년 연결기준 영업적자는 5765억 원으로 2017년 영업적자 4068억 원보다 오히려 적자 규모가 증가했다.
해운업계에서는 유 사장이 현대상선의 영업적자를 해결하지 못한 이유를 해운업 영업환경의 악화 때문으로 보고 있다.
머스크, MSC, 코스코 등 대형 글로벌 해운업체들은 컨테이너 운임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며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다. 낮은 운임구조에서 버틸 수 있는 체력을 보유하지 못한 해운사들을 경쟁에서 탈락시키기 위해서다.
운임이 회복되지 않고 있는 데 더해 2018년에는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현대상선의 유류비 부담도 급증했다. 유류비는 현대상선의 전체 영업비용 가운데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2018년 현대상선이 지불한 연료유 평균가격은 톤당 424달러다. 2017년 톤당 321달러보다 32% 증가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2018년 영업실적을 두고 “전반적 운임 약세장이 형성된 가운데 유가 상승으로 컨테이너 부문 유류비 부담이 증가하면서 영업적자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구조조정 실패 역시 유 사장의 사퇴 배경으로 꼽힌다.
유 사장은 부임하기 전부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 있겠냐는 우려 섞인 시선을 받아왔다. 현대상선에 30년을 몸담고 있었던 사람으로서 현대상선의 각 부문에 애착이 강하고 내부 인간관계도 끈끈했기 때문이다.
유 사장이 부임하기 전인 2016년 6월30일 현대상선 직원은 1186명이었으나 2018년 9월30일 기준 1319명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1인 평균 상반기 급여 총액 역시 2016년 3429만 원에서 2018년 3621만 원으로 늘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2018년 11월 현대상선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며 고강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압박했다.
현대상선의 실적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유 사장을 교체해야한다는 목소리는 예전에도 나온 적이 있다.
2018년 11월 현대상선의 재무구조가 매우 위험하다는 삼일회계법인의 현대상선 실사보고서가 공개되며 유 사장 교체론이 고개를 들기도 했다. 당시 실사보고서의 유출 경로가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KDB산업은행 등 현대상선의 채권단이 유 사장 교체를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언론을 통해 보고서를 공개했다는 추측까지 나왔다.
현대상선의 15분기 연속 적자는 막대한 규모의 정부 지원을 받으면서도 낸 것이라는 점에서 유 사장은 더욱 비판을 받았다.
현대상선은 한진해운이 파산한 2017년 2월부터 약 2조 원 수준의 정부 지원을 받았다. 산업은행은 2018년 10월 1조 원을 추가 지원했다. 산업은행은 앞으로 현대상선을 정상화하기 위해 모두 5조 원 수준의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 사장은 2017년 11월 기자회견에서 “2018년 3분기에는 흑자 전환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를 지키지 못했다. 유 사장은 이후 현대상선 흑자 전환시기를 20척의 초대형 친환경 컨테이너선을 인도받기 시작하는 2020년 2분기로 늦췄다.
하지만 유 사장은 결국 현대상선의 흑자 전환을 CEO의 자리에서 볼 수 없게 됐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운업계의 상황이 전체적으로 좋지 않아 현대상선의 실적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것과 관련해 유 사장 본인도 커다란 심적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며 “채권단의 압력이 있었다는 것은 추측일 뿐이긴 하지만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3월 하순 열리는 현대상선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현대상선 경영진추천위원회는 3월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CEO를 추천하고 선임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을 세웠다.
유 사장의 후임으로 한진해운을 비롯한 해운물류회사 출신 임원이 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