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조 현대자동차그룹 전략기술본부장이 삼성전자에서 영입된 지 2년만에 사장으로 승진하며 현대차그룹 신사업의 전면에 나서며 위상을 더욱 높였다.
지 사장은 IT기술과 자동차의 융합을 더욱 활발히 추진해 스마트 모빌리티업체로 변신을 추진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경쟁력 확보에 온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이 12일 발표한 사장단 인사에서 지영조 전략기술본부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신사업 추진과 전략적 투자를 계속 총괄하게 됐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업체로 도약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지 사장의 승진으로 전략기술본부의 위상을 강화해 신사업 경쟁력 확보에 더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전략기술본부는 현대차그룹이 2017년 초 삼성 미래전략실에서 지 사장을 영입할 때 새로 설립한 전사조직으로 IT기술 연구개발 및 외부업체와 협업 추진을 주로 담당한다.
사실상 지 사장을 위해 설립된 조직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만큼 현대차그룹이 지 사장에 걸고 있는 높은 기대를 보여준다.
전략기술본부가 사장급 조직으로 영향력이 더 커진 만큼 내년부터 해외기업을 대상으로 한 투자와 연구개발 역량 강화를 위한 인력 확충 등이 더 활발히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차량 공유와 자율주행 기술 등을 포함하는 스마트 모빌리티가 현대차그룹의 핵심 신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지 사장이 더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
정의선 수석부회장 시대'를 맞아 자동차 제조회사의 한계를 넘고 자동차와 IT기술을 융합한 자율주행과 차량 공유서비스 등 스마트 모빌리티사업에 진출을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IT분야 기술력을 자체적으로 확보하거나 관련된 기술을 보유한 기업과 협력을 넓히는 일이 중요하다.
지 사장은 전략기술본부장을 맡은 뒤 최근 약 2년 동안 스위스와 이스라엘, 인도와 미국 등의 여러 해외 신생 IT기업에 투자해 전략적 제휴를 맺으며 다양한 협력사를 확보했다.
현대차는 그동안 전략기술본부와 해외기업의 협업을 통해 증강현실 기반 내비게이션과 인공지능 기반 자율주행기술의 개발을 시작하고 차량공유사업 진출의 기반을 마련하는 등 성과를 냈다.
최근 구글과 애플, SK와 삼성전자 등 글로벌 대형 IT기업이 전자제품에서 벗어나 자동차 관련된 시장으로 점차 눈을 돌리면서 현대차그룹이 경쟁력 확보를 낙관하기 어려워졌다.
현대차그룹이 삼성전자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지 사장을 신사업 전면에 내세운 것은 결국 IT업체와 정면경쟁을 위해 '지피지기'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지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정보통신총괄 기획팀장을 맡아 휴대폰사업을 이끌다가 미래전략실 기획팀장에 올라 삼성전자 사물인터넷사업의 기틀을 닦는 역할을 맡았다.
삼성전자는 지 사장이 주도하는 신사업그룹을 신설하고 전 세계 사물인터넷분야 신생기업을 조사하고 발굴해 삼성전자의 투자 또는 협력 가능성을 찾는 역할을 맡겼다.
이 결과 삼성전자는 미국 사물인터넷기업 '스마트싱스' 등 여러 신생기업을 인수하거나 투자해 기술 협력을 추진하고 사물인터넷 후발주자로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차그룹이 스마트 모빌리티와 자율주행차 등 신사업분야에서 처한 환경도 삼성전자의 사물인터넷시장 진출 초기와 비슷하기 때문에 지 사장이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공산이 크다.
지 사장은 올해 초 IT전시회 CES2019에서 현대차와 삼성전자의 협력 가능성을 언급한 적도 있다.
세계 최고 IT기업이지만 자동차 관련된 분야에 뒤늦게 진출한 삼성전자와 단기간에 IT기술 경쟁력 확보가 절실한 현대차 사이에서 지 사장이 협력의 가교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지 사장은 올해 초 블룸버그 등 외국언론과 인터뷰에서 "현대차에 가장 시급한 과제는 모빌리티사업"이라며 "모빌리티시장에서 후발주자지만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