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농단’ 의혹 사건을 전담할 특별재판부 설치를 두고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8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에 특별재판부법안의 개별 조문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서를 냈다”며 “특정 사건 배당에 국회, 대한변호사협회 등이 개입하는 것은 사법권 독립의 침해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특별재판부 설치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8월 관련 법안을 발의하면서 논의가 시작됐다.
대한변호사협회, 법원 판사회의 등으로 구성된 특별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가 현직 판사 6명을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이 가운데 3명을 임명해 특별재판부를 꾸리는 것을 뼈대로 한다.
사법농단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사람들이 재판을 맡아서는 안된다는 것인데 대법원이 반대에 나서면서 법안 추진에 제동을 걸었다. 안철상 처장의 발언은 김명수 대법원장에게도 사전 보고된 것이어서 대법원의 공식적 의견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반면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8일 “특별재판부가 자체만으로는 사법부 독립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하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대법원과 완전히 반대되는 의견을 내놓았다.
특별재판부 설치에서 가장 중요한 논점은 위헌 여부다.
헌법 101조는 ‘사법권은 법률이 정하는 자격을 갖춘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규정돼 있다.
대법원은 재판부 구성 권한이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법부 고유의 권한인데 특별재판부는 이런 사법부의 권한을 침해하는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법무부 등 특별재판부 설치를 옹호하는 측은 대법원장이 특별재판부 법관을 임명하기 때문에 위헌적 요소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별재판부의 설치를 두고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별재판부 설치는 국회의 입법권을 행사하는 것일 뿐 삼권 분립 위반이 아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와 달리 이인호 중앙대 교수는 “특별재판부가 사법부의 형태만 남기고 실질적 권한을 없애는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과거에도 한 차례 특별재판부 설치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1948년 제헌헌법은 반민족행위자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만들도록 명시했는데 재판소 설치에 관해서는 따로 규정이 없어 재판을 기존 사법부가 담당할 것인지 특별재판소를 만들어 맡길 것인지 논란이 있었다. 당시에도 지금과 같이 위헌 여부와 삼권 분립 등이 문제가 됐다.
하지만 그해 9월 특별재판소를 국회에 설치하는 내용의 반민족행위처벌법이 통과됐고 특별재판소를 통해 반민족행위자가 처벌됐다.
박주민 의원은 “70년 전에도 제헌헌법에 특별재판부 설치에 관한 명문 규정이 없었지만 특별재판소까지 만들었다”며 “당시 특별재판부의 구성원은 정치인인 국회의원 5명도 참가하는 형태였는데 특별재판부 설치가 위헌이라는 것은 말이 안 되는 논리”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