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 행장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채용비리 재판이 함 행장의 연임 여부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함 행장은 옛 외환은행과 통합한 KEB하나은행의 초대 은행장으로 2015년 9월에 취임했으며 2019년 3월이면 은행장 임기가 끝이 난다. 연임 여부가 판가름 날 때까지 약 5개월가량 남은 셈이다.
1심 판결에서 함 행장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오지 않는다면 함 행장에 연임에 아무래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함 행장 연임이 결정된 뒤 재판에서 일부 혐의가 인정되면 그 부담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뿐만 아니라 KEB하나은행도 질 수밖에 없다.
김 회장은 함 행장과 달리 채용비리와 관련해 기소되지 않았다. 함 행장은 지난해 국정감사 때부터 줄곧 “내가 직접 지시했다”며 김 회장이 특혜승진 등 채용비리 사건과 무관하다는 태도를 고수해 왔다.
김 회장이 최근 ‘디지털 은행’ 및 ‘자산관리’ 등을 강조하며 새 인물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도 함 행장의 거취와 관련해 시선이 몰리는 대목이다.
최근 신설된 웰리빙그룹장에 새로 선임된 장경훈 부행장, 한준성 미래금융그룹 부행장 등도 차기 행장으로 선임될 가능성이 있다.
장 부행장은 하나은행의 자산관리사업을 이끄는 웰리빙그룹장 외에 하나금융투자 자산관리 그룹장 부사장도 맡고 있어 하나금융그룹이 강조하는 ‘하나의 자산관리(One WM)’에 적합한 인물로 꼽힌다. 한 부행장 역시 김 회장이 강조하는 ‘디지털 금융’에 특화된 미래금융그룹을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유력 후보자다.
이런 점 때문에 KEB하나은행 안팎에서는 함 행장이 스스로 연임을 포기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함 행장이 “너무 지쳤다”고 피로감을 호소했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그러나 함 행장이 KEB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직후 행장을 맡아 두 은행의 물리적, 화학적 결합을 이뤄낸 공로를 인정받은 만큼 행장을 그만둬도 하나금융지주의 부회장 등을 맡아 역할을 계속 할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함 행장은 2016년 3월부터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겸직으로 맡고 있으며 미등기 임원으로 바뀌면서 올해 연말 임기가 끝난다.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임기는 1년씩이다.
함 행장은 초대 통합은행장을 맡으며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전산시스템을 합치고 통합노조 출범을 이끄는 등 두 은행을 안정적으로 결합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KEB하나은행은 3분기 누적 순이익 1조7576억 원을 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1% 늘었으며 2015년 은행이 통합된 이후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자본 적정성과 자산 건전성 지표 역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의 한 관계자는 “함 행장이 설령 행장에서 물러난다 하더라도 함 행장의 역할이 필요한 만큼 하나금융지주 차원에서 계속 자리가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행장 인사와 관련해서는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