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5-06-18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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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공식 출범한 가운데 재계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노선이 가져올 효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3일 5대그룹 총수 및 경제 6단체장과의 회동에서 이 대통령이 보여준 규제 완화 의지 등은 긍정적이지만 풀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어서다.
무엇보다도 트럼프 정부 복귀 이후 강화된 관세 압박과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 수출 회복과 내수 경기 진작이라는 숙제를 다시 마주하게 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반도체, AI, 방산 등 전략 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한국 증시 활성화를 약속했다. 친환경 정책과 부동산 규제 완화 등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만한 방향 전환도 예고했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그룹들도 정부의 정책 기조를 예의주시하며 대응 전략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일부는 기대감을 드러냈고, 일부는 불확실성에 대비한 리스크 점검에 나섰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주요 대기업과 재벌그룹이 어떤 과제를 마주하고 있는지, 정부 정책에 어떤 기대와 부담을 동시에 안고 있는지를 짚어본다.
▲ (왼쪽부터)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김남구 한국투자금융그룹 회장,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
[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코스피 상승 기대감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이에 국내 증권사는 거래증가에 따른 거래 수수료 확대 등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김남구 한국투자금융그룹 회장,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 등 국내 증권업계 주요 오너 경영인들은 이재명 시대 코스피 상승을 동반한 자본시장 성장 기대감 속 선의의 경쟁을 이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 연일 상승하는 코스피, 국내 증시 상승은 증권사에 호재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6월3일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는 코스피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나온다.
이수정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전날 ‘기다리는 조정은 오지 않는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최근 상승에도 불구하고 코스피의 현재 가치는 여전히 중립(Neutral) 수준”이라며 “추경과 상법 개정 등 부양적 정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코스피는 오버슈팅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바라봤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협상 진전 가능성,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반도체산업 실적 개선 기대감, 외국인과 개인투자자 자금 유입 지속 가능성 등이 코스피 상승의 근거로 꼽혔다.
전날 코스피는 3.64포인트(0.12%) 상승한 2950.30에 장을 마쳤다. 6월 들어 10거래일 동안 13일 하루 빼고 9거래일 동안 상승한 것이다. 장중 한때 3천 턱밑인 2998.62까지 오르기도 했다.
국내 주요 증권사 역시 올해 코스피 상단 전망을 3천 이상으로 높여 잡으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시절 중장기 경제산업 성장 로드맵,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기업기배구조 투명성 향상, 외국인투자 여건 개선 등을 통해 코스피 5천을 공약한 만큼 정책 기대감에 기댄 상승 랠리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증시 상승은 거래 확대에 따른 수수료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국내 증권사에게 큰 호재로 여겨진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13일 누적 기준 6월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29조9천억 원(상장지수펀드 제외)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보다 46% 가량 늘어난 것으로 ‘동학개미운동’이 한창이었던 2021년 2월 32조4천억 원 이후 최대 수준이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개인투자자 중심으로 거래대금이 크게 늘며 동학개미운동 시즌2가 다가오고 있다”며 “상법 개정과 지배구조 개편 등의 움직임은 증권업 전반에 새로운 사업 기회를 열어줄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주가는 이미 증시 상승 기대감을 반영해 꿈틀대고 있다.
KRX증권지수는 6월 들어 전날까지 18.63% 올랐다. 한국거래소가 산출하는 30여 개 지수 가운데 가장 많이 상승했다.
박현주 회장과 김남구 회장, 조정호 회장은 각자의 역량으로 국내 자본시장에 단단히 뿌리를 내렸다는 공통점도 있다.
박현주 회장은 창업자로 승부사적 기질과 동물적 투자감각을 바탕으로 지금의 미래에셋그룹을 만들었다.
김남구 회장과 조정호 회장 역시 오너 일가지만 그룹의 핵심사업이 아닌 금융사업을 물려받아 각각 한국투자금융그룹과 메리츠금융그룹을 일궈냈다.
김남구 회장은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2004년 동원금융지주를 물려받아 한국투자증권을 주축으로 하는 지금의 한국투자금융그룹을 키웠다. 당시 동원그룹은 동생인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이 물려받았다.
조정호 회장은 한진그룹의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의 막내아들로 2005년 한진그룹에서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의 전신인 한진투자증권과 동양화재해상보험을 물려받아 메리츠금융을 출범했다. 조 회장 위로는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 고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이 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