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2.0 재계 희비] 삼성전자 반도체 관세 촉각, 전영현 트럼프 자국 우선주의 '불안불안'
김호현 기자 hsmyk@businesspost.co.kr2025-02-12 16: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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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전면에 내건 직후부터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 보호무역, 탈세계화가 임기 초반부터 핵심 정책으로 자리잡으며 글로벌 경제와 산업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세계가 우려했던 트럼프 대통령 시대의 '충격파'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에 한국 주요 기업과 경영자들은 급변하는 세계 경제 질서에 신속히 적응하기 위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에게 미국의 강화된 무역 장벽은 가장 큰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각 기업을 이끄는 경영자들이 어떤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나아가 이를 성장 기회로 삼을 수 있을지 조명한다.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수입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하고, 자국 반도체 기업을 추가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전영현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장 부회장은 미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인텔, 마이크론과 쉽지 않은 경쟁을 펼쳐야할 것으로 보인다.
▲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국 반도체 우선주의 정책에 따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선 인텔에, 메모리반도체 사업에선 마이크론에게 추격 당할 위기에 처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12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인공지능(AI) 반도체 생산 지원과 반도체 규제 완화 의지를 나타내자, 최근 인텔과 마이크론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각)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관세 계획 포고령에 서명하며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에 대한 관세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의 자국 반도체 기업을 우대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되며 지난 11일 인텔 주가는 7.8% 폭등했고, 한때 21.58달러까지 치솟았다. 같은 날 마이크론 주가는 91.58달러 수준에서 96달러까지 4.3% 상승했다.
미국 정부는 자국 반도체 기업을 추가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정부의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이 과거 언급한 ‘제2의 칩스법’이 추진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에 따라 가뜩이나 반도체 사업 위기라는 평가에 부담이 커진 전 부회장 불안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반도체 지원과 수입 반도체 관세 부과에 따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선 인텔이, 메모리반도체 사업에선 마이크론이 급격히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인텔 파운드리는 미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대만 파운드리 기업인 TSMC를 집중 견제하며 자국 파운드리 산업을 키우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최근 프랑스에서 열린 ‘AI 정상회의’ 폐막식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에서 설계하고 제조한 칩으로 가장 강력한 AI 시스템을 미국에서 제작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인텔 파운드리 설비 홍보용 이미지. <인텔>
이미 미국 정부는 인텔을 살리기 위한 천문학적 자금 지원에 나섰다.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을 통해 108억6천만 달러(약 15조7700억 원)라는 가장 많은 지원금을 받은 게 인텔이었다.
게다가 인텔은 최근 18A(1.8나노급) 파운드리 공정에서 상당한 수율(정품 비율) 개선을 이룬 것으로 파악된다.
미셸 존스턴 홀타우스 인텔 임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초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18A 공정으로 제작하는 ‘펜서레이크’ 중앙처리장치(CPU)의 실물을 공개하며 올해 하반기 양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인텔의 첨단 공정 연구개발이 가속화한다면, 삼성전자는 TSMC와 2나노 첨단공정 기술로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텔 추격까지 받게 된다.
마이크론도 트럼프 정부의 정책적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AI 칩용 메모리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제조할 수 있는 세계 3대 기업 가운데 하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해 D램에서 75.5%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며 크게 앞서가고 있지만, 미국의 정책 변화에 따라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우선 미 정부가 한국산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에 메모리반도체 생산 시설이 없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직접적 타격을 받게 된다. 두 회사는 현재 한국과 중국 공장에서 모든 메모리반도체를 만들어 수출하고 있다.
▲ 마이크론의 5세대 HBM, HBM3E 홍보용 이미지. <마이크론>
마이크론은 현재 미국에 생산시설이 없지만, 미국 뉴욕과 아이다호에 1250억 달러(약 171조8천억 원)을 투입해 대규모 D램 생산시설과 연구개발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올해부터 미국 공장 가동을 시작한다.
게다가 마이크론은 삼성전자보다 앞서 5세대 HBM3E 8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시작하며 HMB 시장에서 삼성전자보다 우위에 섰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매출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라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2024년 3분기 미국 매출은 84조6771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68조2784억 원보다 2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매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37.6%로 1.9%포인트 늘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