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증권 증권사 매각 신호탄일까, 부동산PF 영향에 추가 매물 나올지 촉각

▲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여파에 한양증권에 이어 중소형증권사가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조심스런 관측이 제기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한양증권의 새주인 찾기가 공식화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이익체력이 약해진 중소형증권사가 추가 매물로 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동안 국내 인수합병시장에서 이름 있는 증권사가 매물로 나왔던 적이 없는 만큼 새롭게 증권업 진출을 원하는 비금융사나 증권업 강화를 꾀하려는 금융사, 시세차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 등 다수의 인수 후보군은 시장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며 기회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15일 증권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부동산PF 부실에 따라 한양증권에 이어 이름 있는 중소형증권사들 추가 매물로 나올 가능성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양증권은 이날 “최대주주 학교법인 한양학원에 확인한 결과 지분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한양학원은 한양대학교 전공의 파업에 따른 경영난과 함께 계열사 한양산업개발의 부동산PF 우발채무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한양증권을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양증권의 최대주주는 한양학원으로 지분 16.8%를 보유하고 있고 특수관계인 백남관광(10.8%), 에이치비디씨(7.4%), 김종량 한양대학교 이사장(4%) 등을 합한 지분율은 40.99%에 이른다. 

한양학원 산하 한양산업개발은 지난해 496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봤고 PF 우발채무가 4009억 원으로 전년(2068억 원)보다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위험도가 높은 브리지론 단계 PF금액이 1603억 원가량인 데다 본PF 단계도 경기 김포시(610억 원), 경기 이천시(94억 원), 경기 하남시(696억 원) 등 공급과잉에 PF 뇌관으로 지목되는 물류센터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한양증권은 중소형증권사들이 부동산PF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지난해 영업이익 463억 원을 올려 흑자기조를 이어갔다. 올해 1분기에도 영업이익 196억 원을 내 지난해 1분기(161억 원)보다 21.7%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한양증권은 부동산PF 관련 우발채무가 전무한 상황에서 부동산PF 인력을 보강해 하반기부터 직접 PF를 직접 조달하는 등 사업 확장을 꾀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주택사업을 중심으로 금리인하 기대감에 부동산경기가 소폭 나아지자 한양학원은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한양증권 매각에 나서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읽힌다.

매수 후보자로는 사모펀드(PEF) KCGI와 LX그룹, 우리금융그룹 등이 꼽힌다. 하지만 LX그룹과 우리금융그룹은 ‘사실무근’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고 KGCI는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KCGI 핵심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사모펀드가 인수합병(M&A) 건에 관심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며 “단순히 관심이 있다고 했을뿐인데 유력 후보군으로 꼽혀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증권사 매물이 귀한 만큼 본게임에 들어가면 한양증권 매각이 흥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IB(투자금융)업계에서 한양증권의 최대주주 지분 40.99% 지분 가치를 1천억 원대로 평가하고 있는데 인수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 포트폴리오 강화를 원하는 금융사만 봐도 우리금융뿐 아니라 2030년까지 금융지주 전환을 꿈꾸는 수협은행이나 지방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국내 증권사가 없는 JB금융지주 등도 큰손으로 꼽힌다. 

한양증권이 매물로 나오자 그동안 매각설을 겪었던 중소형 증권사들이 실제 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중소형증권사들은 밸류업에 따른 거래대금 증가 등 수혜 여력도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PF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양증권 증권사 매각 신호탄일까, 부동산PF 영향에 추가 매물 나올지 촉각

▲ 증권사들은 끊임없는 매각설에 시달려왔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모습.


이에 따라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올해 들어 부동산PF 영향 등을 반영해 SK증권, 하나증권, 다올투자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의 신용등급이나 등급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특히 SK증권은 그동안 매각설이 끊이지 않는 곳으로 꼽힌다.

SK증권은 2018년 제이앤더블유(J&W)파트너스 품에 안겼다. SK증권 인수를 위해 설립된 제이앤더블유비아이지유한회사가 SK증권 지분 19.60%를 보유하고 있다. 

SK증권은 금융지주사의 증권사 인수설이 끊임없이 나오는 동안 인수 매물로 자주 거론됐다. 사모펀드가 대주주인 만큼 언제든지 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유안타증권도 대만의 유안타금융그룹 입장에서 매각할 이유가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끊임없이 매각설에 시달렸다.

키움증권 역시 지난해 대주주 적격성 이슈에 따라 매각설이 돌았고 유진투자증권도 YTN 인수 당시 매각설이 나왔다.

한양증권에 이어 추가 매물이 나온다면 시장의 큰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는 2018년 제이앤더블유파트너스의 SK증권 인수, DGB금융지주의 하이투자증권 인수, 카카오페이의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인수 이후 올해 우리금융이 소형증권사 한국포스증권을 인수하기 전까지 최근 5년 넘게 인수합병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증권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필요가 있는 금융사와 단기 차익을 노리는 사모펀드는 물론 비금융사들도 꾸준히 증권사 인수합병 후보군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비금융사들은 IB(기업금융)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인데 LX그룹이 이번 한양증권 매각설에 이름을 올린 것도 이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형증권사들이 지금은 어려울 수 있지만 하반기 금리인하가 이뤄지고 당국의 PF정상화 노력이 효과를 발휘하면 또 다시 실적 기대감이 일 수 있다”며 “이름 있는 증권사가 매물로 나온다면 시장에서 충분히 큰 관심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