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외환시장 마감시간 연장 일주일 지난 딜링룸, "마감회의 없는 생소함 벌써 사라졌죠"

▲ 9일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오후 3시30분.

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하나 인피니티서울' 전광판에 표시되는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여느 때처럼 움직임을 멈췄다. 이날 장을 마쳤다는 의미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은 여전히 바뀌고 있다. 외환딜러들도 당연하다는 듯이 계속해서 거래를 하고 있다.

외환시장 마감시간이 기존 오후 3시30분에서 새벽 2시로 늘어난 지 일주일 가량 흘렀다.

국내 외환시장을 책임지는 딜러들은 외환시장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고 있을까. 비즈니스포스트가 직접 딜링룸을 찾아봤다.

국내 외환시장에서는 70여년 만에 최대 변화가 일어난 만큼 현장에서도 많은 것이 바뀌었다.

개장시간이 연장된 첫 주 저녁시간대 근무를 담당했다는 딜링룸의 한 관계자는 가장 크게 체감되는 것을 묻자 웃으며 “마감업무가 없다”고 답했다.

기존에는 오후 3시30분에 장을 마감하면 마감 리뷰를 하거나 리포트를 보는데 그런 시간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원/달러 거래를 하는 입장에서 기회가 많아졌다는 점도 큰 변화로 꼽았다.

그는 “그동안 미국에서 주요 경제지표가 나오는 시간에는 이미 장이 없는 때라 그런 날에는 거래에 소극적인 측면이 있었는데 지금은 적극적 대응도 가능하다”며 “또 여기까지만 거래하자고 생각해도 기회가 있으면 거래를 하고 싶은 게 딜러들 마음이라 더욱 적극적으로 거래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 외환시장 마감시간 연장 일주일 지난 딜링룸, "마감회의 없는 생소함 벌써 사라졌죠"

▲ 하나은행 딜링룸 미디어월에 외환시장 개장시간 연장 첫날 모습이 나오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은행들은 외환시장 개장시간 연장조치에 앞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특히 하나은행은 국내 최대 규모로 딜링룸을 만들며 신경을 썼다.

그런 만큼 외환시장 개장 첫날 시장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 등 외환당국 관계자들이 방문한 곳도 하나은행 딜링룸이었다.

하나은행은 개장시간 연장에 따라 인력도 재배치했다.

1일부터는 야갼데스크 근무인력이 기존 3명에서 6명으로 늘어났다. 구체적으로 운용인력 2명, 영업인력 1명, 결제인력 2명과 플랫폼부서 인력 1명이다.

딜링룸 관계자는 “기존 야간데스크는 당직 개념이었는데 이제는 시차출퇴근제도를 도입해 오후 5시30분에 출근하고 새벽 2시에 퇴근한다”며 “운용부는 2명씩 5개조를 꾸려 일주일씩 돌아가면서 야간데스크 근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저녁시간 근무가 피곤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입술에 생긴 물집을 가리키더니 "그래서 이렇게 됐다"며 웃으며 말했다.

딜러들의 노력으로 연장시간대 거래도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체 물량의 20% 수준이 연장시간대에 거래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환시장 개장시간이 연장된 첫날 거래된 원/달러 현물환 규모는 125억7천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24억6천만 달러가 오후 3시30분에서 새벽 2시 사이 연장시간대에 거래됐다.

서울외환시장 하루 평균 거래액이 약 100억 달러라는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유동성이다.

게다가 아직 개장시간이 연장된 지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은 만큼 시장이 더욱 커질 여력도 있다.
 
[현장] 외환시장 마감시간 연장 일주일 지난 딜링룸, "마감회의 없는 생소함 벌써 사라졌죠"

▲ 하나은행 딜링룸 미디어월에 세계지도가 나타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현장이 새벽 2시로 늘어난 외환시장에 잘 적응하고 있는 만큼 다음 단계라 할 수 있는 24시간 개방에 대해서도 물었다.

딜링룸 관계자는 “원화시장이 24시간 개방된다는 것은 원화가 달러, 엔, 유로화처럼 국제화됐다는 의미다”며 “부정적으로만 볼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원화시장을 2시까지 연장한다고 했을 때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었지만 막상 2시까지 해보니 연장시간대에도 몇 십억 달러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외환시장 24시간 개장은 외환당국의 최종 목표이기도 하다. 다만 처음부터 24시간 개장을 하면 위험요소가 큰 만큼 우선 글로벌 금융중심지 가운데 하나인 런던시장 개장시간을 고려해 새벽 2시까지로 연장하며 첫발을 내딛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