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문화프리즘] 중국 애국 소비 탓만 하는 한국인의 정신 승리법

▲ 배우 마동석씨가 출연한 알리익스프레스 광고의 한 장면. <알리익스프레스>

[비즈니스포스트] 대중국 무역이 계속해서 적자다. 한중 관계에서 뉴노멀 시대가 열리고 있다. 

1992년에 수교한 뒤로 30년 동안 한국은 대중국 교역에서 큰 이익을 봤다. 그 30년 동안 한국이 무역에서 벌어들인 흑자 총액의 86%가 중국에서 나왔다. 대중국 교역에서 번 돈으로 지난 30년 동안 한국이 안정적 성장을 누린 것이다. 

그런데 그런 호시절은 갔다. 정치적 이유, 경제적 이유로 한중 관계에서 이런 호시절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로 정부는 계속하여 탈중국을 말했다. 이런 우리 정부 분위기 때문에 중국에 진출해 있는 일부 우리 기업과 기업인이 압박감을 느낄 정도였다. 

더구나 한중 수교 이후 30년 동안 대중국 무역에서 흑자를 본 여러 효자 품목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대로 가면 우리 정부가 강조하는 탈중국이 저절로 일어날 수도 있는 게 지금 현실이다. 

그런데 우리 제품이 최근에 왜 이렇게 중국에서 고전하는가? 이를 어떻게 한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우리 제품이 잘 나갈 때는 그 이유가 하나였다. 우리 제품이 뛰어나고 중국 제품이 뒤떨어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중국 시장에서 우리 제품이 고전하자 그 원인과 관련한 설명은 여럿이다. 톨스토이가 일찍이 말하지 않던가. 행복한 집은 고만고만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집은 저마다 다른 갖가지 이유로 불행하다고. 꼭 그런 짝이다.

흥미로운 것은 그 원인 진단이 크게 보면 둘로 나뉜다는 점이다. 

하나는 중국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이나 우리 기업인 그리고 중국 전문가들이 내놓은 진단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 언론과 유튜브가 하는 진단이다. 

중국에 거주하는 우리 국민이나 기업인 그리고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 시장에서 우리 제품 점유율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로 중국 제품 경쟁력이 좋아지고 우리 제품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점을 든다. 중국 제품이 가성비뿐만 아니라 제품 수준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우리 언론과 유튜브에서 주로 강조하는 이유는 이와 다르다. 중국인의 애국 소비를 주로 지적한다. 중국인의 애국 소비 때문에 삼성 휴대폰이 팔리지 않고 현대차도 팔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기승전결 애국 소비 탓이다. 

그리고 애국주의는 시진핑 주석이 계속 집권하고 미중대립이 계속되는 한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탈중국이 대안이라고 동남아로 가는 게 대안이라고 진단한다.

지난 1년 동안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과 상사원을 만날 때마다 도대체 어떤 게 더 타당한 진단인 거 같냐고 물었다. 

중국 현실에 대한 실물 감각을 지닌 그들의 공통된 진단은 이렇다. 그들은 애국주의 소비가 있는 게 사실이고 품목에 따라 다르지만 아무리 애국주의 소비가 있다고 해도 10~20% 정도일 거라고 봤다. 

그러면서 내게 반문했다. 우리 돈으로 100만 원 넘는 핸드폰을 사면서 애국심을 발휘해 삼성 스마트폰이 아니라 화웨이 스마트폰을 사고 우리 돈으로 3~4천만 원 나가는 전기차 사면서도 애국심을 발휘하여 현대 자동차가 아니라 샤오미 자동차를 사는 중국인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중국 현지에서 뛰는 우리 기업인은 이렇게 보는데 왜 국내 언론하고 유튜브에서는 애국주의 소비를 강조할까? 우리 제품 경쟁력이 약한 것, 중국 제품 품질이 빠르게 좋아지는 사실을 말하지 않는 것일까? 

중국에 비판적이거나 중국을 혐오하는 정서가 강한 현실 때문에 그런 것일 수 있다. 우리 국민 가운데 70%가량이 중국을 싫어하는 정서를 지니고 있다. 그런 독자와 구독자들 구미에 맞추어 뉴스를 생산해야 광고가 늘고 ‘좋아요’를 누르는 구독자가 늘기 때문에 중국의 비합리적인 애국주의 소비를 비판하는 걸까? 물론 이런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조금 더 깊은 차원에서 생각해 볼 여지도 있다. 지금 우리나라 사람 마음 한구석에는 우리보다 뒤떨어져 있고 우리에게 배우던 중국이 머지않아 우리를 추월할지도 모른다는 중국 공포가 스멀스멀 생기고 있다. 

최근 한국 온라인 시장을 공습 중인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쉬인에는 가성비 좋은 제품도 많지만, 싼 비지떡도 많아서 그나마 안심된다. 하지만 갈수록 중국 제품 수준이 옛날과 다르게 좋아졌다는 걸 많은 한국인이 일상에서 체험한다. 

요즘 품귀가 될 정도로 인기인 중국제 가정용 로봇 청소기 수준만 봐도 알 수 있다. 출퇴근하는 시내버스를 자세히 보면 어느덧 중국 전기차가 대세다.

더구나 우리는 미래 첨단과학기술에서 중국보다 뒤떨어져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올해 발표한 첨단과학기술 경쟁력 지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반도체와 이차전지만 중국보다 미세하게 앞설 뿐이고 인공지능, 양자, 첨단 이동 수단, 우주 해양 등의 분야에서는 중국보다 뒤떨어졌다. 

중국이 우리 턱밑까지 쫓아온 분야도 늘어났고 오히려 우리가 중국을 추격해야 하는 분야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주요 미래 첨단 기술 분야에서 우리가 낙후된 것은 상황이 심각하다.
[한중 문화프리즘] 중국 애국 소비 탓만 하는 한국인의 정신 승리법

▲ 정신 승리법은 원래 중국 민족의 고질병이다. 루쉰은 중국이 근대에 서구와 일본에 잇달아 패배하면서도 그 근본 원인을 생각하지 않으면서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너희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중국인을 보면서 정신 승리법을 중국 민족의 고질병이라고 생각했다. 

한중 수교 이후 지난 30년 동안 중국 앞에서 우쭐하는 자존심을 챙기면서 돈도 많이 벌었다. 그런데 이제 그런 호시절이 저문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 바짝 차리면서 대비하고 더 치밀한 중국 시장 진출 전략을 비롯해 중국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할 일인데 우리는 탈중국만 외치거나 애국 소비 타령만 한다. 

탈중국이 경쟁력이 있는데도 전략적으로 중국에서 탈출한다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세계 최대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서 어쩔 수 없이 중국 기업을 피해서 다른 나라로 나간다면 그런 탈중국은 망하는 지름길이다. 중국에서 벗어난다고 해도 세계 어딘들 중국 기업 없는 곳이 있는가?

우리 제품이 중국에서 고전하는 것을 중국 소비자의 애국 소비 탓으로 돌리는 건 문제의 본질을 애써 외면하려는 정신 승리법일 뿐이다. 문제는 우리 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고 중국이 우리를 능가하는 것인데 그것을 자꾸 중국인의 왜곡된 소비 의식 탓만 한다. 우리 제품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중국 애국 소비 탓을 하는 지금 한국인의 중국 인식은 집단적인 정신 승리에 빠져 있다.

정신 승리법은 원래 중국 민족의 고질병이다. 

중국을 대표하는 작가 루쉰은 그렇게 생각했다. 루쉰은 중국이 근대에 서구와 일본에 잇달아 패배하면서도 그 근본 원인을 생각하지 않으면서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너희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중국인을 보면서 정신 승리법을 중국 민족의 고질병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소설 ‘아Q정전’을 써서 중국인의 정신 승리법을 비판했다. 루쉰은 옛날에는 우리가 훨씬 잘 나갔다고 생각하거나 그래도 우리가 최고라는 생각하면서 현실에서 일어나는 패배를 애써 외면하는 정신 승리 방법을 중국인이 버리지 않으면 앞으로 중국인이라는 인종이 지구에서 사라질 수도 있고 중국은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다. 

한국인이 나날이 강해지고 발전하는 중국을 보면서 중국을 경계하고 중국에 공포를 느끼는 것은 우리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보면 당연한 일이다. 

생존을 위해서 우리는 늘 중국에 잘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한국인이 대중국 인식의 기조는 정신 승리법의 원조인 아Q 심리나 자신이 먹을 수 없는 포도는 신 포도라고 우기는 여우의 신포도 심리만이 유행한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한다. 

“중국이 지금 잘 나가더라고 결국 사회주의 중국은 망할 거야. 중국이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경제가 발전해도 국민 수준은 엉망이니까 결국 발전하지 못할 거야. 중국이 전기차 제조 일등 국가여도 그 전기차는 짝퉁일 뿐이고, 더구나 독재국가이니까 얼마 가지 못해서 한계에 봉착하고 분열하거나 무너질 수밖에 없어.” 

한국인의 대중국 정신 승리법이다. 

정신 승리법의 원조이자 대가인 아Q는 소설에서 정신 승리법을 사용하다가 결국 허망하게 죽는다. 지금처럼 빠르게 발전하는 중국에 정신 승리로만 대응해서는 정말로 언젠가 중국보다 낙후되는 중국 공포가 막연한 불안감을 넘어 생생한 현실로 닥칠 수 있다. 애국 소비 탓하지 말고 통상 국가 한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국가적 역량을 동원할 때이다.

미국 예일대학에서 중국사를 연구하는 오드 아르네 베스타 교수는 중국 주변에 있는 나라 가운데 한국이 중국에 한 번도 복속이 되지 않은 것이 신기했다. 그래서 한국 역사를 연구한 끝에 그는 한국이 중국에 복속이 되지 않은 이유 두 가지를 찾아냈다. 

하나는 한국의 배타적이지 않은 다양한 정체성, 다른 하나는 중국이 한국이 아는 것보다도 한국이 중국을 훨씬 더 잘 알았다는 점이다. 

요즘 한국어를 잘하고 한국을 너무 잘 아는 중국인 너무 많다. 한국 대학마다 중국 학생들이 수두룩하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중국을 혐오하면서 중국을 아예 들여다보지도 않는다. 오드 아르네 베스타 교수의 말과 정반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미래 상황이 우려스럽다. 대중국 대응 전략 차원에서 그렇다. 이욱연 서강대 교수
 
현재 서강대 중국문화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베이징사범대학교 대학원 고급 진수과정을 수료했고 하버드대학교 페어뱅크 중국연구소 방문교수를 지냈다. 중국 문학과 문화를 연구하며 여러 권의 책을 냈고 jtbc '차이나는 클래스', EBS '내일을 여는 인문학'에 출연하는 등 대중과 소통에도 활발하게 나서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이욱연의 중국 수업', '중국이 내게 말을 걸다', '이만큼 가까운 중국', '포스트 사회주의 시대의 중국 지성' 등이 있고, 번역한 책으로 '들풀', '광인일기', '우리는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 '아침꽃을 저녁에 줍다', '아큐정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