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한국과 일본 군사정보 보호협정(GSOMIA)의 연장 여부 결정을 눈앞에 뒀다. 현재로서는 협정 연장을 거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한일 군사정보 보호협정의 연장기한인 24일 전까지 국익에 따라 연장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충청남도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집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국과 일본 정부 양쪽의 무역갈등이 최근 어느 정도 소강상태로 접어들면서 한일 군사정보 보호협정의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데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한일 군사정보 보호협정은 2016년 11월 체결된 협정으로 두 나라가 각자 보유한 2급 이하의 군사기밀을 서로 공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협정은 체결된 날로부터 1년 동안 효력을 발휘하고 어느 한쪽이 거부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1년씩 연장된다. 2019년 8월24일까지 한일 양국이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또 다시 1년 동안 효력이 이어진다.
일본에서는 북한과 관련된 안보적 수단으로서 한일 군사정보 보호협정을 중요하게 평가한다. 이에 따라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응할 조치로서 한일 군사정보 보호협정의 연장 거부가 제시돼 왔다.
다만 일본 정부는 최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면서도 개별허가 방식의 수출규제 품목은 추가하지 않았다. 수출규제 품목인 포토레지스트 수출도 1건 허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우리는 과거에 머물지 않고 일본과 안보·경제 협력을 지속해 왔다”고 말하는 등 한국 정부도 비판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20~22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한국-중국-일본 외교장관회의에서 만나는 점도 한일 군사정보 보호협정의 연장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강 장관과 고노 외무상은 한중일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양자회담을 여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양자회담이 성사된다면 한국과 일본 사이에 대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
미국이 한일 군사정보 보호협정의 연장을 바라고 있는 점도 한국 정부가 협정 연장 거부를 쉽게 선택하기 힘든 이유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기자들로부터 한일 군사정보 보호협정 문제를 질문받자 “한국과 일본은 잘 지낼 필요가 있다”고 대답했다고 로이터 등이 전했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9일 한국을 찾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연이어 만났을 때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연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한일 군사정보 보호협정을 먼저 파기하는 쪽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신뢰가 깎인다는 점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무역갈등과 별개로 한일 군사정보 보호협정 연장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시행하는 날을 28일로 결정한 점도 협정 연장 여부를 먼저 살펴보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이를 고려해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 보호협정을 연장하더라도 일본에서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예정대로 시행한다면 맞대응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최근 민주당 토론회에서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 보호협정을 연장하되 정보 공유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겠다고 하면 대응조치의 의미가 있고 안국-미국-일본 안보협력의 틀도 유지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