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에서 열린 오슬로포럼에서 기조연설을 마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6월 말에 만나기 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먼저 회담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12일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에서 열린 오슬로포럼에서 김 위원장을 조만간 만날 가능성이 있는지 질문받자 “나는 김 위원장과 언제든 만날 준비가 돼있지만 우리의 회담 여부나 만나는 시기를 결정할 요인은 김 위원장의 선택”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6월 말에 한국을 찾는데 가능하면 그전에 김 위원장을 만나는 쪽이 바람직하다”며 “그것 역시 김 위원장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점을 미국으로부터 전달받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 미국은 공식대화를 진행하지 않는 동안에도 따뜻한 친서를 주고받으면서 서로를 향한 신뢰와 변함없는 대화 의지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대화하지 않는 기간이 길어지면 열정도 식을 수 있는 만큼 북한과 미국 정상이 조속하게 만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오슬로포럼 기조연설에서는 정상회담 결과가 실무외교로 이어지는 ‘탑다운’ 방식을 지킬 의지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새 비전이나 선언이 아니다”며 “서로를 향한 이해와 신뢰를 깊게 만들면서 이를 바탕으로 대화의 의지를 더욱 확고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과 미국의 대화가 교착상태지만 그것은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지난 70년 동안 적대해 왔던 마음을 녹여내는 과정”이라고 바라봤다.
향후 남한과 북한의 관계에서 교류와 협력을 통해 구조적 갈등을 해결하는 ‘국민을 위한 평화’를 추진할 의지를 보였다.
남북 접경지역의 산불과 병충해, 가축 전염병과 어민 조업권 등 국민의 일상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사안부터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봤다.
문 대통령은 “평화가 국민의 삶에 실질적 도움을 줄 때 국민이 분단을 적극 극복하면서 평화를 만들 수 있다”며 “남한과 북한은 국경을 맞대고 있을 뿐 아니라 함께 살아야 할 ‘생명공동체’”라고 바라봤다.
그는 국민을 위한 평화를 이룰 구체적 방법으로 1972년 동독과 서독의 기본조약에 따라 설치된 ‘접경위원회’를 들었다.
당시 동독과 서독은 접경 지역에서 화재와 홍수 등의 자연재해나 전염병, 병충해, 수자원 오염 등의 문제가 터질 때 접경위원회를 통해 빠르게 공동으로 대처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 미국·일본 등 다른 나라의 대화를 중재할 의지도 보였다.
그는 “남한과 북한은 분단되어 있고 북한은 미국·일본과 수교하지 않았다”며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가 자리를 잡는다면 동북아시아에 마지막으로 남은 냉전 구도의 완전한 해체이자 미래지향적 협력으로 나아갈 기회가 마련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 예시로 동북아시아 국가 6곳과 미국으로 구성된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꾸리자고 2018년 8월에 제안했던 일 들었다. 이 공동체를 기반으로 동북아시아의 에너지와 경제 공동체를 만든 뒤 나아가 다자안보공동체로 확대할 계획도 거듭 내놓았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의 예정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고 적잖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면서도 “만년설이 녹아 대양으로 흘러가듯 서로를 이해하며 반목하는 마음을 녹일 때 한반도 평화도 대양에 다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