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으로 비핵화 논의를 이어갈 의지를 거듭 다지고 있지만 성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28일 정치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문 대통령은 이르면 5월 안에 남북 정상회담을 열어 비핵화 대화를 재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월25~28일 일본을 찾고 6월에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차 일본 오사카를 방문한다. 이때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 만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전에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비핵화 논의에서 일부라도 진전을 이룬다면 한동안 멈춰 있던 북미대화를 재개할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최근 한 학술회의에서 “우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5월과 6월 일본 방문을 계기 삼아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을지는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미 정상의 합의를 바탕으로 비핵화의 실무를 추진하는 ‘톱다운’ 외교의 효용성을 북한과 미국 양쪽에 보여줘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그는 1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톱다운식 비핵화의 필요성을 거듭 내세웠다. 이를 통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 결렬로 불거진 ‘톱다운 회의론’을 잠재우는 데 주력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이나 다른 접촉으로 파악한 북한의 태도를 최대한 이른 시기에 알려줬으면 한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 정상회담을 열어야 한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김 위원장에게 전하겠다는 뜻도 보였다.
그러나 북한은 남북 정상회담 요청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2018년 4월27일 ‘판문점선언’을 기념하는 1주년 행사도 남한 단독으로 치러졌다.
김 위원장이 판문점선언과 비슷한 시기에 러시아를 찾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찾으면서 다자외교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미국의 ‘완전한 비핵화’ 요구와 지속되는 제재 유지에 맞서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를 우군으로 끌어들일 뜻을 보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비핵화 갈등을 최소화하려면 북한에 관련된 다자 안보협력체제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고 AFP 등이 보도하기도 했다.
남성욱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이 자력갱생과 러시아 등의 외교관계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남북 정상회담이 조만간 열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논의했다. 이에 따라 비핵화 협상이 이전의 6자회담구도로 돌아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북미관계의 중재자보다 더욱 나아가 비핵화 당사자로서 구체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유환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최근 토론회에서 “한국이 당사자로서 본격적으로 나서 2005년 6자회담의 결과에 따른 ‘9.19 공동성명’을 내놓았을 때처럼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프로세스를 만드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에 따른 미국의 상응조치에 관련해 포괄적 공정표를 완성한 뒤 합의를 동시·병행·단계적으로 이행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