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열어 경색된 비핵화 대화를 풀어낼 수 있을까?
비핵화를 둘러싼 북한과 미국의 의견차이가 여전한 점은 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데 난관으로 꼽힌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할 여지를 남긴 점은 문 대통령에게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11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웃고 있다. <연합뉴스> |
12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남북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을 북한과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정상들의 합의를 바탕으로 실무를 진행하는 ‘톱다운’식 비핵화 협상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남북 정상회담이나 다른 접촉을 통해 파악한 북한의 태도를 가능하면 빠르게 알려줬으면 한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 협상에 다시 나서야 한다고 설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핵무기의 제거 이후 제재 완화를 논의할 수 있다는 ‘빅딜’ 주장을 지켰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가동을 비롯한 남북 경제협력을 이른 시일 안에 재개하는 데에도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김 위원장도 최근 ‘자력갱생’을 연이어 강조하고 있어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의견차이가 오랫동안 좁혀지지 않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이른 시기 안에 남북 정상회담을 여는 일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남성욱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한미 정상회담은 미국의 ‘빅딜’ 주장을 다시 확인한 자리”라며 “김 위원장도 자력갱생과 러시아 등의 외교관계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남북 정상회담이 조만간 열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멈춰 있던 북미대화의 재개를 긍정적으로 말한 점은 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할 동력이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대화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며 “김 위원장과 나는 굉장히 강한 관계로 이어져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지키고 있는 만큼 대북제재를 추가로 부과하지 않겠다는 태도도 분명히 했다.
이런 점을 놓고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협상 복귀를 바라는 문 대통령이 ‘작은 승리(modest victory)’를 거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기구를 통한 북한의 인도주의적 지원을 허용할 뜻도 내비쳤다. 그는 ‘빅딜’을 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여러 ‘스몰딜’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을 진전할 수 있는 점진적 합의가 열려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바라봤다.
김 위원장이 최근 북한 지도부 인사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외교라인에 힘을 실어준 만큼 남북 정상회담을 통한 북미 대화 재개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담당했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은 국무위원 자리를 지켰다. 대미관계를 주로 맡았던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후보위원을 거치지 않고 외무성 제1부상으로 승진하며 국무위원에 올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북한은 이번에 노동당과 국가 지도부를 개편하면서 ‘외교와 경제 병진정책’을 사실상 공식화했다”며 “외교라인을 전면적으로 다시 정비한 뒤 미국과 비핵화 협상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