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넥슨과 넥슨 노조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노사가 교섭을 진행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넥슨지회는 4일 회사에 단체교섭을 공식 요청했다. 회사는 노조의 교섭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해 조만간 상견례를 시작으로 교섭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노조 출범 직후 비교적 온건한 반응을 나타냈다. 원만하게 노사관계를 풀어나가겠다는 의지가 읽혔다.
이 대표는 넥슨 노조 출범 뒤 사내 공지를 통해 “노조 활동을 존중하고 충분한 대화를 통해 원만한 합의를 이뤄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회사 구성원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업계에 귀감이 되는 근무환경과 조직문화 조성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03년 넥슨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팀장, 실장, 본부장, 부사장을 차례로 거쳐 2018년 1월 대표이사 사장까지 올랐다.
밑바닥부터 시작해 회사 내 전 직위를 거쳤기 때문에 게임업계의 노동문화가 어떤지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노조가 출범했지만 장시간 근로 등을 놓고 노사 양측의 문제 인식 자체가 크게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 대표 체제에서 넥슨은 이미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개선을 위한 제도를 마련해 나가고 있다. 7월1일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로에 발맞춰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했다. 주말과 법정휴일 근무, 22시 이후 야간 근로는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넥슨은 당시 “직원의 행복 추구는 회사와 개인의 공동 과제”라며 “더 건강한 근로환경 조성 및 효율적 근무문화 정착을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넥슨 노조 역시 3일 설립 선언문에서 ‘크런치 모드’로 대표되는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워라밸 모드’로 바꿔가나겠다는 점을 가장 전면에 내세웠다. 적어도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부분에서 노사 모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6월 노사위원회에서 주 52시간 시행을 위해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을 합의할 수 있었던 배경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동시에 노사위원회가 노조 출범의 단초가 됐다는 점은 이 대표가 생각해 봐야 하는 대목이다.
사용자 대표 3명과 노동자 대표 3명으로 구성된 노사위원회가 일부 합의를 이뤄내기는 했지만 결국 여기 참여한 노동자 대표 3명은 노조를 설립한 주축이 됐다. 노사위원회에서 좁히기 힘든 간극이 존재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배수찬 넥슨 노조 지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노사위원회로 부족하다고 느낀 것은 사실”이라며 “노사위원회로는 권리를 보장받기 어렵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넥슨 노조는 회사와 교섭에서 포괄임금제 폐지를 우선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 설립 선언문에도 공짜 야근의 원인으로 포괄임금제를 지목했고 배 지회장도 인터뷰 등에서 포괄임금제가 불합리하다는 의견을 반복적으로 내놓았다.
선택적 근로시간제 합의로 근로형태에서 어느 정도 접점을 찾고 있는 만큼 더 근본적으로 임금구조와 처우 등을 개선하기 위한 시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처우 개선 등은 이미 공감대를 이룬 장시간 근로 문제의 해결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사안이다. 향후 이 대표의 대처에 따라 노사문제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이 대표로서는 넥슨의 노사교섭이 게임업계에서 기준이 될 수 있는 만큼 부담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넥슨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아직 노조로부터 구체적으로 교섭 사안을 전달받지 않아 회사의 방침을 밝히기는 이른 시점“이라면서 “노조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교섭에 성실히 응하겠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