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현 기자 smith@businesspost.co.kr2024-12-13 16:3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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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주요 기업들이 변화와 쇄신에 방점을 둔 연말 인사를 실시했다. 경제 성장 부진과 글로벌 정세 불안에 대응하고 새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오너와 이사회 의지가 반영됐다. 이번 인사에서는 각 기업별로 위기 돌파에 특명을 안게 된 ‘키맨’의 등장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중장기 목표 수립과 실행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에서 촉발된 탄핵 정국 속에서 존재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올해 실시한 인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키맨의 주요 역할과 과제를 짚어본다.
이정헌 넥슨 대표가 2027년 연 매출 7조 원을 목표로 제시한 가운데 박 대표의 신작 게임들이 이를 실현하는 데 얼마나 기여할지 주목된다.
13일 게임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넥슨이 목표 달성을 위해 내세운 주요 전략은 지식재산권(IP)의 종적·횡적 확장을 통한 세계 시장 공략이다.
종적 확장은 기존 보유한 블록버스터급 IP를 장르, 플랫폼, 지역적으로 넓히는 것을 말한다. 이 대표가 언급한 블록버스터급 IP로는 역할수행게임(RPG) '메이플스토리', 횡스크롤 액션 RPG '던전앤파이터', 스포츠 게임 'FC온라인'이 있다.
박 대표는 오픈월드 액션 RPG '던전앤파이터 아라드'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프로젝트 DX' 등 두 개의 신작으로 종적 확장 전략에 기여하고 있다.
던전앤파이터 아라드는 현재 넥슨의 가장 강력한 IP인 던전앤파이터에 기반한 게임으로, 지난 10월30일 열린 넥슨 미디어 행사 '넥스트온'에서 정식 명칭 확정과 함께 30초 길이의 트레일러 영상이 공개됐다.
다수의 '던전앤파이터' IP 기반 신작을 개발하고 있는 넥슨의 주요 계열사 네오플이 직접 제작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넥슨게임즈의 RPG 개발 역량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이날 미국 로스앤젤레스 피콕 극장에서 열린 글로벌 게임 시상식 '더게임어워드'(TGA)에서 던전앤파이터 아라드의 시네마틱 트레일러를 공개했다.
프로젝트 DX는 넥슨의 독립 스튜디오 '왓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야생의 땅 듀랑고' IP에 기반한 게임으로, 게임 명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넥스트온에서 첫 영상이 공개됐다.
박 대표는 엔씨소프트, 블루홀 스튜디오, 넷마블, 넥슨 등 주요 게임 개발사를 거치며 '리니지2', '테라', 'V4', '히트2' 등 다수의 MMORPG를 성공작을 배출했다.
횡적 확장은 기존에 없는 새로운 IP를 창출하는 것이다.
그는 넷게임즈 대표를 맡았던 2021년 2월 일본 시장에 서브컬처(일본 애니메이션풍) 게임 '블루아카이브'를 출시했다. 이 과정에서 지금은 서브컬처 대표 개발자로 떠오른 '김용하' PD를 영입하고, 배급사(퍼블리셔)로 중국 '요스타'를 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내에서 일본에 진출한 서브컬처 게임 가운데 흥행에 성공한 게임은 없었지만, 출시 4년 차를 맞은 블루아카이브는 국산 대표 서브컬처 게임으로 자리 잡았고, 넥슨의 대표작이 됐다.
넥슨게임즈는 서브컬처 게임 개발을 본격화하기 위해 지난 8월 1일 IO본부를 설립하고, 김용하 피디를 본부장으로 임명했다.
IO본부 산하에는 블루아카이브를 개발한 'MX 스튜디오'와 회사의 신규 서브컬처 게임 '프로젝트 RX'를 이끌고 있는 'RX 스튜디오'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프로젝트 RX'는 넥슨의 서브컬처 게임 차기작으로, 블루아카이브가 게임 엔진 '유니티'로 개발된 것과 달리 이번 게임은 3D 그래픽 특화 엔진인 '언리얼 엔진5'로 개발되고 있다. 내년에는 포커스 그룹 테스트(FGT)가 진행될 예정이다.
▲ 박용현 넥슨게임즈 대표가 2021년 8월5일 넥슨의 차기작을 설명하는 '넥슨 뉴 프로젝트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루트 슈터 게임 '퍼스트 디센던트'를 설명하고 있다. <넥슨게임즈>
박 대표는 올해 7월2일 국내 주요 개발사 가운데 처음으로 루트슈터 게임 '퍼스트 디센던트'를 선보였다. 루트 슈터는 역할수행게임(RPG) 기반의 성장과 슈팅 게임의 플레이가 결합된 복합 장르를 지칭한다.
넥슨은 슈팅 게임을 중심으로 서구권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런 측면에서 퍼스트 디센던트가 갖는 의미는 상당하다.
이정헌 넥슨 대표는 9월3일 일본 도쿄 넥슨 본사에서 열린 자본시장 브리핑에서 "북미와 유럽에서 성공은 넥슨이 횡적 전략 가운데 가장 집중하는 미션"이라며 "엠바크 스튜디오의 슈팅 게임 '더 파이널스'와 '아크 레이더스'를 퍼스트디센던트와 함께 슈팅 장르로 묶어 전략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넥슨의 2024년 3분기 실적 자료에 따르면 퍼스트 디센던트는 일본과 북미·유럽 지역에서 매출 순위 1위를 차지했다.
담당하고 있는 신작 게임 수가 많은 만큼 박 대표는 개발 인력도 계속 늘려가고 있다. 2024년 3분기 넥슨게임즈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 직원수는 총 1380명이다. 2023년 3분기보다 약 13.5%(164명) 증가했다.
넥슨에 근무하는 국내 인력이 7296명인 상황에서 약 18.9%가 넥슨게임즈에 소속된 것으로, 넥슨 계열사 가운데 가장 많은 인원이 근무하고 있다.
많은 신작과 그에 따른 인원 확충은 긍정적이지만, 실제 게임 출시 전까지 비용 측면에서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다.
넥슨게임즈는 2024년 3분기에 연결 기준으로 매출 1115억 원, 영업이익 468억 원을 거뒀다. 퍼스트디센던트 흥행에 힘입어 2023년 3분기보다 매출은 97.3%, 영업이익은 392.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비용은 38.0% 증가한 647억 원으로 집계됐으며, 이 가운데 77.0%는 인건비다.
회사는 2024년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436억 원, 영업적자 84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비용은 2023년 2분기보다 20% 증가했으며, 고용 인원 확대에 따른 급여 인상과 복리후생비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영업비용 증가는 박 대표의 리더십을 고려했을 때, 신작 개발과 관련된 투자 일환으로 풀이된다.
그는 초기에 개발팀을 구성하고 프로젝트 설정 과정에 집중 개입한 뒤, 개발자들이 스스로 협력하고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어 게임 출시 후 이용자들 반응에 집중해 이를 게임에 재반영하는 역할을 주로 하고 있다.
최근 일본 게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개발 초기 단계에서는 피드백을 많이 주지만, 일정 궤도에 오른 뒤에는 개발진에 잘 개입하지 않는다"며 "예산을 딱 정해놓고 숫자를 기준으로 움직이는 것은 좋은 결과를 낳지 못한다"고 했다.
박 대표는 게임 개발에 29년 동안 몸담은 베테랑이다. 1970년생으로 고려대 전기공학과 졸업 후 대형 게임사들을 거쳐 2013년 넷게임즈를 설립하며 대표를 맡았다. 2022년 3월 넥슨GT와 합병을 통해 탄생한 넥슨게임즈에서 대표직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주로 MMORPG와 RPG를 개발했지만, 블루아카이브와 퍼스트 디센던트 등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선보이며 넥슨의 계열사 가운데 가장 다양한 게임들을 제작하고 있다. 이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