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정치 불안 속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최근 호실적을 이어온 국내 타이어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사진은 13일 오후 서울 ㅈ우구 하나은행 본점 전광판에 이날 거래중인 원/달러 환율 등이 표시된 모습.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때아닌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사태로 정치적 불안이 지속되면서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 타이어 업계는 수출 비중이 높아 고환율 수혜 산업으로 알려졌지만, 불안정한 경영환경이 최근 호실적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는 전일보다 1.1원 오른 1433원을 기록했다.
지난 3일 계엄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1400원대 고환율이 고착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선 2008~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환율이 1450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부터 호실적을 이어오고 있는 국내 타이어 업계엔 정치적 불안이 야기한 높은 환율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국내 타이어 3사는 지난해 일제히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거뒀다. 그 중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영업이익 역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내 타이어 3사는 모두 해외 매출 비중이 80%를 넘어서는 수출 기업이다. 수출 기업에 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출물량과 외화표시 수출가격이 일정하다고 가정할 때, 환율 상승 폭만큼의 매출이 증가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그럼에도 타이어 업계가 환율 상승을 반길수 만은 없는 이유는 원재료 수입 의존도도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국내 타이어 업체들의 매출에서 원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40%를 넘나든다. 원재료 중 천연고무는 대부분 수입하고 있고 합성고무, 카본블랙 등 석유화학 제품은 국내에서 조달하지만 국내 석유화학업체 또한 원재료를 수입하고 있어 국제유가와 환율 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타이어 업계 관계자는 "환율 상승이 매출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원재료 가격 측면에서 구매비용이 더 올라갈 수 있어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 수요 증가는 국내에서 생산한 타이어를 해외로 이송하는 데 필요한 해상운임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내 타이어 3사의 해외 매출 비중은 80%를 넘어서지만, 해외 생산 비중은 작년 기준 한국타이어 68%, 금호타이어 55%, 넥센타이어 35% 수준이다.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물량과 해외 생산거점에서 판매하지 않는 나머지 물량 대부분이 컨테이너선을 통한 해상운송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해상 운송 계약은 장기로 하는 경우도 있고 단기로 하기도 하지만, 모든 경우에 환율 상승은 운임비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최근 환율 상승으로 당장 회사가 받는 영향은 크지 않지만, 고환율이 장기화하면 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무엇보다 정치적 불안으로 인한 경영 불확실성 자체가 실적 악화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엄 사태 뒤 탄핵 정국이 길어지고 환율이 상승하면 가뜩이나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소비심리를 더욱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환율이 올라 매출이 느는 동시에 비용 부담이 증가하는 상황을 좋다 나쁘다 말하기 어렵고, 안정적 상황이 영업하기엔 더 좋다"며 "불안한 정국이 지속되면 자동차 운행 자체가 줄게 돼 타이어 판매에 악영향을미친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