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항소심 선고를 20여 일 앞둔 시점이어서 황 부회장의 이런 발언이 더욱 의미심장하게 여겨진다.
11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의 항소심 선고공판이 10월5일로 결정됐다.
황 부회장은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만난 뒤 “재판부가 현명하게 판단을 내려 총수 부재로 중단된 사업이 재개되기를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황 부회장은 4조 원 규모의 인도네시아 석유화학단지 건설 프로젝트와 관련해 답보 상태에 빠져있다는 점도 안타까워했다.
이 프로젝트는 현재 롯데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개발사업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롯데케미칼은 말레이시아 자회사 LC타이탄을 통해 2013년부터 인도네시아에 대규모 석유화학단지 건설사업을 추진해왔다.
황 부회장이 10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만나 이 사업을 진척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한때 제기됐지만 이런 예상은 빗나갔다.
롯데케미칼은 이 사업을 위해 2017년 2월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회사인 크라카타우스틸 소유 부지 50만㎡를 매입했을 뿐 아니라 그해 7월 LC타이탄을 말레이시아 증시에 상장하면서 석유화학단지 건설을 위한 자금도 넉넉하게 확보했다.
신 회장이 수감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인도네시아 석유화학단지 건설사업은 기초설계 등 초기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지만 현재 이런 작업은 반년 넘게 멈춰 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의 인도네시아 석유화학단지 건설사업이 워낙 투자 규모가 크기 때문에 최종 의사결정권자의 판단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10월5일 판결로 신 회장의 공백이 더 길어진다면 이 사업도 진척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황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의 부재로 롯데그룹 총수 역할을 대신하는 역할을 이어오고 있다.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면담한 데 이어 역시 롯데그룹을 대표해 11일부터 13일까지 동방경제포럼 참석을 위해 러시아 출장길에도 올랐다.
황 부회장이 롯데그룹 총수 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힘을 쏟는 한편 신 회장의 부재에 따른 대규모 투자사업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내세워 재판부와 여론에 읍소하는 전략을 펴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 회장 역시 8월17일 서울고등법원 형사8부(부장검사 강승준) 심리로 열린 항소심 12차 공판에서 “(롯데그룹이) 최근 몇 년 동안 대기업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고용 창출에 앞장섰다”며 “하지만 올해 하반기에는 신규 채용과 투자계획도 확정하지 못했다”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석유화학사업은 신 회장이 무척 공을 들여왔던 사업이기도 하다. 신 회장은 과거 삼성그룹 화학 계열사를 3조 원에 인수할 때도 직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빅딜’을 타결하는 등 롯데그룹 석유화학사업을 손수 챙겨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