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에서 노조 설립 움직임이 심상치않다. ‘50년 무노조 경영’이 곧 깨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가치"를 경영철학으로 내세웠는데 무노조 경영을 끝내라는 시대의 요구에 직면하게 됐다.
금속노조는 11일 성명서를 내고 “6일부터 포스코 노조 가입 신청을 받고 있으며 조만간 본조직을 출범하기로 했다”며 “이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며 무노조 경영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일부 직원들은 최근 ‘포스코의 새로운 노동조합 준비위원회’를 만들어 노조 가입을 독려하고 있다. 15일 비공개 총회를 추진 중이며 공식출범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내부적으로는 10월 초순으로 계획해뒀다.
보통 금속노조 조직은 지역 단위로 이뤄지는데 준비위원회는 기업별 노조 설립과 포항과 광양제철소를 구분해 지회를 만드는 방안 등을 놓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준비위의 뜻대로 진행되면 포스코에는 창사 50년 만에 제대로 된 노조가 들어서게 된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포스코에서 그동안 노조 설립 시도가 여러 번 무산됐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삼성그룹의 80년 무노조 성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점만 봐도 시대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아직 금속노조에서 회사 측에 공식적으로 전달된 입장은 없는 만큼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포스코는 1987년 노조가 조직되긴 했지만 간부의 금품수수 비리 논란이 일면서 3년 만에 조합원들이 대거 빠져나갔다. 남은 조합원 수는 9명에 불과해 사실상 노조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경협의회가 노조를 대신해 임금협상 등을 맡고 있지만 대표성을 지닌다고 보기 힘들다는 평가가 많다. 올해 회장 선임 과정에서도 별다른 의견을 내놓지 않는 등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금속노조 산하에 노조가 설립되면 포스코의 노사관계는 근본적 변화가 생길 것으로 여겨진다. 금속노조는 포스코를 향해 ‘구시대적’ 무노조정책을 폐기하라고 꾸준히 요구하는 등 강경한 공세를 펼쳐왔다.
최 회장은 포스코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지위를 두고도 고민이 커질 수 있다.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는 최 회장 선임 당시 직접 대화까지 제안하며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압박해왔다. 포스코가 간접 고용으로 하청 노동자들을 위험에 몰아넣고 있다는 것이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는 올해 들어 비정규직 3명이 산재사고를 당했다. 6월에는 광양제철소의 협력업체 노동자가 사고로 사망해 포스코의 책임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최 회장은 7월 취임하면서 “포스코가 100년 기업으로 서기 위해서는 시대가 원하는 새로운 가치로 재무장해야 한다”며 상생 경영을 강조한 만큼 이런 움직임을 무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펼치고 있는 점 역시 부담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올해 대기업들이 발표한 '고용형태 공시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0대 대기업집단 가운데 최근 1년 사이 비정규직 비율이 증가한 곳은 포스코그룹과 롯데그룹뿐이다.
'With 포스코'라는 최 회장이 내세운 포스코의 새 비전도 의미가 무거워졌다. 포스코는 이를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이라고 풀이했다. [비즈니스 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