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LG그룹 내부에서는 구 부회장이 연말에 LG이노텍과 소재생산기술원(PRI), 부품소재회사 지흥을 합쳐 국내 최대 전자 관련 부품회사를 꾸린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구 부회장은 LG의 지분 7.72%(1331만7448주)를 들고 있는데 이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현금 규모는 약 1조161억 원이다. 여기에 구 부회장의 아들인 구형모 LG전자 선임, 딸 구연제씨가 가진 LG 지분을 팔면 가용 자금은 약 1조1270억 원으로 늘어난다.
LG이노텍은 LG전자가 지분 약 40.79%를 들고 있는 최대주주다. 7월27일 종가 기준으로 LG이노텍의 시가총액은 3조7986억원인데 구 부회장이 LG전자에서 보유한 LG이노넥 지분을 상당 부분 인수하면 최대주주에 오를 수 있다.
구 부회장이 연말에 LG 부회장에서 물러나기로 하면서 그동안 LG디스플레이, LG상사, LG이노텍 등 다양한 계열사들이 분리 대상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는 LG전자가 약 3조 원에 해당하는 지분 37.90%를 보유하고 있어 구 부회장이 최대주주가 되기 위해서는 자금이 부족할 것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LG전자의 수익을 떠받치고 있는 HE사업본부의 올레드TV사업과 사실상 한 배를 탄 운명인 만큼 쉽게 떼어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LG상사는 27일 종가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8837억 원으로 구 부회장이 손쉽게 떼어나갈 수 있는 계열사로 꼽힌다. 그러나 규모가 작아 구 부회장의 '의욕'에 차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그룹 안에서 나온다.
구 부회장은 구본무 전 LG 회장이 그룹 회장을 맡고 있을 때부터 자동차 전장, 바이오 등 새 성장동력을 도맡아 키워왔을 정도로 LG그룹 경영에 깊숙이 관여했다. 구 전 LG 회장이 별세하자 구광모 LG 회장이 회장 자리에 오르기 전에 그룹 경영을 잠시 맡을 의향도 내비쳤던 것으로 전해진다.
LG상사는 물류사업 중심의 사업구조를 지니고 있어 구 부회장이 개인적으로 관심을 쏟아왔던 전자 및 자동차 부품사업과는 거리가 있다. 최근 들어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구 부회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LG상사는 부채비율이 높을뿐더러 수익성도 높지 않다. 미래 성장성도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하지만 LG이노텍은 다르다. 3D센싱모듈, 트리플 카메라 등 고부가 스마트폰 부품으로 새 현금 창출 동력도 마련해뒀고 전기차용 부품 및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등 자동차 전장사업도 꾸준히 발판을 닦아 놨다.
여기에 LG전자의 소재생산기술원(PRI)과 아들인 구형모 LG전자 선임이 100% 지분을 보유한 지흥을 합치면 부품사업 규모를 더 키울 수 있다.
지흥은 전자부품 및 소재를 제조하는 회사로 최근 5년 동안 디스플레이용 광학필름과 센서사업, 반도체 생산 등 다양한 사업군에 진출하며 변신을 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구 부회장이 연말 계열 분리를 앞두고 여러 가지 방안을 두고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며 “계열 분리방안이 확정되면 LG그룹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