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넷마블은 2016년 2월부터 2017년 1월까지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의 결과로 임직원의 63%가 법정 연장근로 한도를 초과해 일하고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 권 대표가 넷마블을 이끈 지 2년여 만의 일이다.
권 대표에게 넷마블을 두고 ‘구로의 등대’란 별명이 따라붙는 것은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구로의 등대는 서울시 구로구에 있는 넷마블 본사에서 야근하는 직원들로 밤늦게까지 환하게 불이 밝혀진 모습을 빗댄 말이다.
1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1일부터 고용노동부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시행으로 넷마블을 비롯해 게임회사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넷마블도 이미 5월부터 52시간 근로에 맞춰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시행하고 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한 달 기본 근로시간 안에서 직원들 사이의 업무협업을 위한 핵심 업무시간을 제외하고 나머지 업무시간을 자율적으로 선택하고 조절할 수 있는 제도다. 사전 연장근로 신청이 없으면 야간시간이나 휴일 등 기본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무도 할 수 없다.
구로에서 밤늦게까지 불 켜진 넷마블 본사를 보기가 어려워졌다. 하지만 하루 빨리 신작을 출시해야 하는 권 대표로서는 여전히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넷마블은 올해 신작 출시 일정이 대부분 하반기에 몰려있다. 애초 하반기 출시 일정을 잡은 게임이 많기도 했지만 상반기 예정됐던 게임 출시도 지연된 탓이다.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은 2월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신작 18종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상반기 4종의 게임을 출시하는 데 그쳤다. 상반기 모바일 낚시 게임 피싱스트라이크, 해리포터: 호그와트 미스터리, 아이언쓰론, 테리아사가 등 모바일 역할수행게임 등 모두 4종을 출시했다.
이에 따라 하반기 출시 예정작만 모두 14종에 이른다.
7월 사전예약을 시작하는 대규모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을 시작으로 ‘더킹오브파이터즈:올스타’ ‘BTS월드’ 등 올해 최대 기대작들의 출시 일정도 모두 하반기에 자리잡고 있다.
넷마블은 올해 출시가 불투명해진 세븐나이츠2를 포함해 원탁의 기사, 요괴워치 메달워즈, 원탁의 기사 등 여러 게임을 올해 안에 출시하기 위해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권 대표는 하루빨리 신작을 출시해 상반기 부진했던 실적을 메워야 하지만 개발 일정을 맞추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정해진 근로시간 안에 일정을 맞추려면 개발인력을 확충해야 하는데 그만큼 인건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넷마블 인건비는 2015년 1분기 40억 원이 채 안 됐는데 지난해 4분기 100억 원에 거의 다가섰다. 올해는 100억 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김동희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넷마블은 상반기 실적 부진이 충분히 인지된 상황에서 하반기 신작 출시와 성과가 더욱 중요해졌다”며 “다만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신작의 출시 지연, 개발 인력 확충에 따른 인건비 증가 등이 게임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넷마블은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6%, 63%씩 감소했다. 2분기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7%, 16.8%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권 대표는 5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면서 “선택적 근로시간제가 도입되면서 임직원의 유연한 근로시간 관리를 통한 업무 효율성과 일과 삶의 균형이 증진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임직원의 삶의 질을 높이고 효율적 기업문화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권 대표는 넷마블 대표에 오른 지 4년차를 맞아 ‘구로의 등대’라는 오명을 씻어내면서 실적 부진도 피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