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이사 사장이 LG그룹에 몸을 담고 ‘
구광모체제’의 안착을 도울 것으로 보인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 지주사 LG가 임시 주주총회에서 김 전 사장을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선임하기로 하면서 LG그룹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G그룹은
구광모 LG전자 상무를 중심으로 지배구조체제를 재편해야 하는 중대한 작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시급한 과제는 구 상무가 구본무 전 회장의 지분을 물려받아 LG의 명실상부한 최대 주주가 되는 것이다.
구 상무는 현재 LG 지분 6.24%를 보유하고 있는데 구본무 전 회장(11.28%)과 구본준 부회장(7.72%)에 이은 3대 주주다.
김 전 대표이사는 법조인 출신으로 LG 법무팀장을 맡다가 최연소 부사장까지 지내 LG그룹과 인연이 깊은 만큼 구 상무의 승계 과정에서 예상되는 법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일감 몰아주기, 오너 일가의 사익 편취를 놓고 국내 대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은 구 상무가 잡음 없이 상속세를 마련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조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구 상무는 보유한 판토스 지분을 팔아 승계자금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판토스는 구 상무가 지분을 사들인 이후 LG그룹 계열사의 지원으로 성장해 기업가치가 상승한 만큼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사익 편취라는 비난에 직면할 수도 있다.
더욱이 검찰은 5월 초 LG 재무팀의 세무와 회계 관련 자료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LG그룹이 오너일가의 사익 편취 등 의혹을 털어내기 위해 서둘러 LG상사를 지주회사 체제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100억 원대의 탈세 혐의를 받는 탓으로 전해진다.
김 전 사장은 구 상무가 지분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법적인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해 이런 일의 재발을 막는 등 문제가 생길 소지를 없애고 사회적 비난을 최소화하는 일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 전 사장은 1993년 판사에 부임해 서울지방법원 지적소유권 전담부 판사를 맡다가 1996년 LG그룹에 영입돼 법무팀장을 맡았고 당시 LG를 지주회사 체제로 재편하는 작업을 직접 담당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분할, 현물출자, 합병 등과 관련한 법적 문제를 무난하게 처리했고, 그가 주역으로 참여한 LG의 지주회사 전환 사례는 아직까지 다른 기업들의 모범으로 남아있다.
LG의 지주사체제를 무엇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김 전 사장은 구 상무 중심의 지주사체제가 굳건히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대표이사가 LG그룹 새 성장사업의 청사진을 그리는 데 조언을 줄 가능성도 나온다.
그는 2009년부터 네이버에서 대표이사를 맡으며 네이버의 모든 서비스를 모바일로 전환하는 정책을 펼쳤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라인’ 상장을 주도했다. 로봇 및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등에서 성장동력을 발굴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LG그룹은 지주회사 LG를 중심으로 자동차 전장사업, 인공지능, 로봇 등에서 새 성장동력을 찾는 일이 절실하다. LG그룹 사정을 잘 알면서도 국내 최대 IT기업을 이끌었던 김 전 사장은 그런 점에서 적임자로 볼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LG그룹이 승계작업을 본격화하는 시점에 김 전 대표이사를 전격 사외이사로 선임하기로 결정한 만큼 법적 이슈 및 신사업 등 여러 방면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