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석 카페24 대표이사는 5년째 이어지던 적자터널을 지난해 겨우 벗어났지만 걱정이 없다.
오히려 ‘돈 벌려면 카페24에 투자하라’고 큰소리를 친다. 창립 이래 이 회사에 투자해 돈 잃은 사람은 못 봤다는 것이다.
지나친 자신감일까? 증권가 전망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아 보인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카페24는 올해 본격적으로 이익 회수기에 들어섰다.
카페24는 올해 매출 1800억 원 이상의 거둘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15년 매출이 900억 원 수준인데 2배로 뛰는 것이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도 8.5%를 보이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포인트 높아졌다.
이 대표는 최근 4~5년 동안 해외 직구와 역직구 열풍에 맞춰 수출 플랫폼 구축과 인력 채용 등에 힘을 쏟아왔지만 지난해 이런 대규모 투자가 일단락됐다. 사업 특성상 인건비를 제외하면 앞으로 추가적 비용부담도 크지 않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카페24는 국내 온라인쇼핑몰 솔루션 1위 회사로 온라인쇼핑시장의 성장이 곧 이 회사의 성장”이라며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합친 전체 소매 판매액에서 온라인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바라봤다.
카페24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온라인쇼핑몰 솔루션업체다. 쇼핑몰 구축을 위한 솔루션 제공은 물론 배송과 마케팅 등 전자상거래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신규 쇼핑몰사업자들이 사업을 시작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찾게 되는 1등 플랫폼이라는 점이 카페24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스타일난다’ ‘임블리’ 등 스타 온라인쇼핑몰 사업자들이 모두 이 회사를 거쳤다.
카페24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74억 원에 불과하지만 카페24를 거쳐간 쇼핑몰 거래액은 6조7천억 원 수준이다.
쇼핑몰에서 결제가 이뤄지면 발생하는 결제 대금의 일부를 카페24가 수수료로 지급받는 형태이기 때문에 온라인쇼핑몰 계정수와 쇼핑몰의 거래대금이 늘어날수록 매출이 늘어나게 된다. 게다가 플랫폼사업은 특성상 서비스를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는 ‘록인 효과(Lock-in)’가 있어 참가자가 많아질수록 사업에 속도가 붙는다.
이제는 자동차도 온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다. 국내 온라인쇼핑시장이 연평균 20%에 가까운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대표가 까페24의 미래를 놓고 자신만만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대표는 카페24의 사업모델을 1995년 생각해냈다. 23년 전의 구상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그는 스스로를 ‘예측 마니아’라고 말한다. 어릴 때부터 뭐든지 사실을 확인하기 전에 미리 예측하고 분석하기를 좋아했다.
원래는 물리학을 전공해 과학자를 꿈꿨지만 인터넷이 등장하자 ‘미래는 인터넷’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웹을 통해 사람과 사람을 잇는 ‘비대면 전자정보교환 시스템’이 무조건 뜰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1999년 대학 친구인 우창균 이사, 이창훈 이사와 함께 카페24 전신인 심플렉스인터넷을 설립했다. 세 사람은 20년이 다 된 지금도 카페24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당시 벤처붐에 편승했지만 성공 대열에는 끼지 못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미래를 향해가는 방향만 옳다면 극복할 수 있는 어려움이라고 여겼다.
대규모 투자로 5년 연속 영업적자를 보면서도 버틸 수 있던 것도 이런 확신 덕분이다. 실제로 카페24는 ‘테슬라 상장’ 1호 기업으로 올해 초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테슬라 상장은 적자기업이어도 미래 성장성이 있으면 상장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 대표는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을 발판으로 올해를 해외시장 공략의 원년으로 삼았다. 하반기 일본시장 진출을 시작으로 미주와 동남아시아 등 전 세계로 진출 국가를 늘려간다. 4차산업혁명을 맞아 은행·핀테크 기업과 협업도 검토하고 있다
그는 "카페24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경쟁력은 세계에서도 통한다고 확신한다"며 "아프리카에서도 매출 100억 원 이상을 올리는 쇼핑몰 사업자가 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미래는 늘 불확실하고 불안하다.' 이 대표는 예측을 중시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하지만 카페24의 앞날을 향한 믿음 만큼은 흔들림이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