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와 방탄소년단. |
“성공해서 갈게요.”
방탄소년단 멤버 진은 최근 빌보드 공연을 앞두고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에게 이렇게 약속했다.
그 약속대로 방탄소년단이 해외에서 거둔 성공은 금의환향이라는 말로 부족할 정도다. 누리꾼들은 이들을 보면 자랑스운 마음에 애국심이 차오른다며 ‘국뽕소년단’이라는 별명까지 붙였다.
제작자로서 방 대표의 위상도 이제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로 확대됐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음악전문매체 빌보드는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이 다음 주 ‘빌보드 200’ 차트에서 2위 혹은 1위로 진입할 수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빌보드는 “방탄소년단이 음반에서 강하다면 (유력한 경쟁자인) 포스트 말론은 스트리밍에서 강세”라고 분석했다.
방탄소년단이 정규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를 발매한 지 일주일째인데 짧은 기간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전 세계 65개국 아이튠즈에서 ‘톱 앨범 차트’ 1위에 올랐으며 11곡의 앨범 수록곡 전부가 세계 최대의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의 ‘글로벌 톱 200’ 차트에 진입했다.
21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8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는 타이틀 곡인 ‘페이크 러브(FAKE LOVE)’의 첫 선을 보였다. 신곡 컴백 무대를 빌보드에서 연 것은 아시아 가수로는 처음이다.
이번 빌보드 시상식은 한 단계 높아진 방탄소년단의 위치를 보여주는 자리이기도 했다.
시상식에서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보이밴드'로 소개된 방탄소년단은 ‘톱 소셜 아티스트(Top social artist)’상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도 같은 상을 받았지만 당시 수상만 하고 내려온 반면 이번에는 객석의 가장 앞줄에 앉아 시상식을 지켜봤다.
대개 시상식들은 주목도가 높은 무대일수록 뒤쪽에 배치하는데 16팀의 공연자 가운데 15번째로 무대를 장식하기도 했다. 마지막 무대는 1990년대의 세계적 여성 힙합그룹인 솔트앤페파(Salt-N-Pepa)의 특별 축하무대에 양보했다.
지난해에도 방탄소년단의 수상은 믿기 힘든 성공으로 여겨졌는데 1년새 다시 새로운 역사를 써낸 셈이다.
덕분에 요즘 장외시장에서 빅히트엔터테인트먼트 지분거래는 구경하기조차 힘들다.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호가가 치솟고 있지만 지분을 이미 쥐고 있는 투자자들이 좀처럼 매물을 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최대주주인
방시혁 대표가 곧 업계 최고의 ‘주식 부자’로 등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방 대표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지분 50.88%를 들고 있는데 증권업계는 이 회사의 상장 이후 기업가치가 1조 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바라본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회사 가운데 가장 높은 몸값이다.
현재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이 지닌 지분의 가치가 1800억 수준인데 방 대표는 회사의 상장 과정에서 지분율 변동을 감안하더라도 이를 뛰어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방 대표는 당초 이런 성공을 예상하지 못했다. 세계시장을 노리고 방탄소년단을 꾸린 것도 아니다.
방 대표는 서울대 미학과 출신이다. 남부러울 것 없는 집안에서 순탄하게 자란 ‘금수저’로 알려졌다. 그는 과거 방송에서 “학창시절 천재라는 소리를 숱하게 들었다”며 “공부는 쓱 봐서 1등하고 이래야지 너무 노력하는 것은 ‘쿨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음악계에 발을 들인 이후로도 비교적 탄탄대로를 걸었다. 대학생이던 1994년 ‘유재하 가요제’에서 동상을 따내며 재능을 인정받았고 1997년 말부터는 JYP엔터테인먼트 창립멤버로 일했다. 이후 수많은 히트곡을 작곡하며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손꼽히는 작곡가이자 프로듀서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제작자로서의 꿈을 위해 2005년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세워 독립하고 나서는 한동안 빛을 못보고 어려움을 겪었다. 이른바 ‘3대 기획사’가 꽉 잡고 있던 업계에서 입지를 쌓기가 쉽지 않았던 탓이다.
방탄소년단 역시 2013년 데뷔 당시 ‘흙수저 아이돌’로 불렸다. 이들은 “누가 내 수저 더럽대?”로 시작하는 곡 ‘마이크드롭’을 통해 대형 기획사의 후광을 업지 못한 팀으로서 겪은 서러움을 말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의 곡은 이처럼 솔직한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앨범의 특징 역시 연작으로 구성돼 특유의 서사가 있다는 점이 꼽힌다.
방 대표는 애초부터 방탄소년단의 콘셉트를 ‘성장’으로 잡고 멤버들에게도 ‘방탄소년단의 음악은 내면에 있는 이야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생활방식을 통제하거나 간섭하지 않고 자유를 줬다. 멤버들이 스스로 크고 알아서 참여하도록 한 것이다.
지금 세대의 젊은이들이 원하는 영웅은 위에서 교조적으로 설파하는 사람이 아니라 공감하고 어깨를 기댈 수 있는 영웅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방 대표가 돕고 방탄소년단이 써낸 서사는 예상치 못하게 세계를 사로잡았다.
2015년 발표한 '쩔어'로 해외 팬들의 주목을 받았고 2016년 '불타오르네'로 전 세계 팬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으며 지난해 선보인 '피 땀 눈물'로는 대중성도 얻었다.
방탄소년단의 성장 스토리는 방 대표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흙수저’ 기획사로 시작한 그는 최근 빌보드가 선정한 세계 음악시장을 움직이는 73인의 리더, ‘인터내셔널 파워플레이어’에 이름을 올렸다.
지금은 국내 아이돌그룹에게 난공불락의 성으로 여겨지던 빌보드 차트의 정상이 방탄소년단의 손끝에 닿아 있다. 그러나 잡지 못하더라도 아쉬울 것만은 없어 보인다.
방 대표는 꿈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성장한다면 계속 소년일 수 있고 이것이 방탄소년단의 서사를 이루는 기본 토대라고 여긴다.
방탄소년단의 슈가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가수가 되고 싶다”며 “이루기 힘들어도 꿈은 클수록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동반자인 방 대표의 성장도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