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이 자체 설계 모바일프로세서(AP) '엑시노스' 시리즈 공급을 글로벌 고객사로 적극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삼성전자의 자체 시스템반도체을 앞세운 시장 확대는 반도체 업에서 매출 기반을 다각화하고 자동차 전장부품 등 신사업분야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모두 중요하다.
강 사장은 15일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중국 ZTE를 포함한 글로벌 스마트폰업체들과 엑시노스 AP 공급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AP는 모바일기기에서 CPU 역할을 하는 시스템반도체다.
ZTE는 최근 미국 정부의 제재로 퀄컴과 같은 미국기업의 스마트폰 반도체를 공급받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ZTE의 제재 완화 가능성을 내놓았지만 결과는 예단하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AP를 주로 자체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탑재하고 있는데, 외부 고객사는 중국 스마트폰업체 메이주가 유일하다.
AP를 직접 개발해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애플과 화웨이, AP 상위업체인 퀄컴과 미디어텍 등 경쟁사에 밀려 삼성전자는 사업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 홈페이지 분석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엑시노스의 AP시장 점유율은 10% 안팎에 그쳤다. 퀄컴(42%), 애플(20%), 미디어텍(14%) 등 기존 강자들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 스마트폰업체를 대상으로 한 제재 조치를 강화할 조짐을 보이자 강 사장이 AP 수급을 다변화하려는 중국 업체들을 노려 적극적으로 구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강 사장은 로이터를 통해 "내년 상반기에는 다수의 엑시노스 신규 고객사를 밝힐 수 있을 것"이라며 "모든 제조사에 공급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개발부서와 위탁생산사업부를 완전히 분리해 독립하도록 하는 조직 개편을 실시하면서 강 사장은 시스템LSI사업부장을 맡게 됐다.
강 사장은 취임 뒤 시스템반도체사업의 완전한 독립을 거듭 강조했다.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면 삼성전자 위탁생산공장이 아닌 대만 TSMC 등 외부업체에 양산을 맡길 수 있다고도 했다.
시스템LSI사업부는 스마트폰 AP뿐 아니라 이미지센서와 통신모뎀칩, 자율주행 반도체 등 삼성전자의 새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주요 제품의 개발을 모두 담당하고 있다.
인텔과 애플 등 경쟁사도 전장부품 등 신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반도체 설계 기술 발전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강 사장은 삼성전자의 새로운 승부수를 찾는 데 큰 역할을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로이터는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사업은 아직 전체 실적에서 비중이 작지만 강 사장은 성장에 미래를 걸고 있다"며 "전장부품과 5G통신 등 분야에서 성과가 기대된다"고 보도했다.
강 사장은 올해 시스템LSI사업부 목표로 연간 5~10%에 이르는 매출 성장률을 내걸었다. 고객사를 확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담겨 있다.
전자전문매체 테크레이더는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설계 기술력은 업계 판도를 흔들 만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며 "내년부터 이런 변화가 본격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