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겸 미래에셋대우 회장이 해외사업 확대를 계속 추진한 열매를 조금씩 맺어가고 있다.
박 회장은 국내 최대 규모의 초대형 투자금융(IB)회사인 미래에셋대우도 해외에서는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한 만큼 해외로 나가 경쟁해야 한다는 뜻이 강하다.
▲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겸 미래에셋대우 회장. |
그는 2018년 초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에서도 “미래에셋대우는 해외에 나가면 작은 금융회사”라며 “현재 목표는 글로벌에서 해외 종합금융투자회사들과 명확하게 경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의지에 힘입어 미래에셋대우는 2018년 1분기에 해외 현지법인에서 세전순이익 376억 원을 냈다. 2017년 연간 순이익 348억 원을 한 분기 만에 넘어섰다.
미국 뉴욕법인이 1분기에 순이익 21억 원을 내면서 2017년에 순손실 220억 원을 봤던 데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뉴욕법인에서 2017년 7월 시작한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OBS) 현지영업도 3월 기준으로 기관고객 100여 곳을 확보하는 등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는 헤지펀드 등 전문투자자들의 주문을 처리하고 신용공여나 공매도에 쓰일 주식을 빌려주는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투자금융사업을 뜻한다.
미래에셋대우는 1분기에 뉴욕법인을 제외한 다른 현지법인 11곳에서도 전체 순이익 355억 원을 내면서 2017년의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홍콩법인은 자기자본투자(PI) 등 해외 투자금융사업을 통해 2017년에 순이익 316억 원을 냈다. 순이익이 2016년보다 15배 이상 증가했고 국내 증권사 해외법인 가운데에서도 가장 많다.
베트남법인은 2017년 순이익 55억 원을 냈고 현지에 진출한 국내 증권사들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이다. 브라질법인도 2017년에 현지에서 소매금융(리테일) 우수 증권사로 선정되는 등 종합증권사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미래에셋대우가 출범한 뒤 박 회장의 해외사업 확대 기조에 따라 영업망을 늘리고 사업구조를 정리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래에셋대우는 현재 11개 국가에 영업망 14곳을 두고 현지 주식위탁매매(브로커리지)는 물론 자기자본투자(PI) 등 투자금융사업에도 손을 뻗고 있다.
2016~2017년 동안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베트남, 인도네시아법인의 증자에 4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그동안 중복된 해외법인을 합치고 부실한 법인의 문을 닫았다.
박 회장이 2018년 들어 해외법인의 대형화와 사업 다각화에 더욱 힘을 싣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수익 성장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회장은 3월 홍콩법인 비상근회장으로 취임하면서 해외사업 전면에 나섰다. 해외법인들의 핵심 거점 역할을 하는 홍콩법인의 투자금융사업을 직접 챙기겠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법인과 로스앤젤레스법인을 묶는 지주회사 ‘미래에셋시큐리티홀딩스 USA’ 설립도 승인됐다. 3월에는 갓 출범한 인도법인의 3천억 원 규모 유상증자가 결정됐다.
박 회장이 1월에 세전 순이익 목표치인 1조 원을 거둘 방법으로 “전문가 시대에 걸맞은 투자 경쟁력 강화를 통해 글로벌 투자금융회사로 자라야 한다”고 제시한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생명 등도 미래에셋대우가 진출한 지역에 함께 나가고 있어 미래에셋그룹 전체의 시너지 효과도 앞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베트남 법인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합작법인 ‘틴팟’, 미래에셋캐피탈의 자회사 ‘미래에셋파이낸스컴퍼니’와 협업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도 11일 현지 회사와 손잡고 통합법인 미래에셋프레보아생명을 출범하면서 현지의 협업체계에 합류했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대우는 다른 증권사가 가지 못하는 새 길을 개척하고 있다”며 “해외 자기자본투자와 부동산투자 등을 확대하면서 기존 국내 증권사들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