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오너 리스크로 위기에 빠진 배경에는 사외이사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갑횡포와 비리의혹이 지속적으로 번지면서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고 있다.
브랜드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대한항공 브랜드주가는 9일 기준 43만8천 원으로 4월12일보다 14.5% 떨어졌다.
브랜드증권거래소는 소비자 평가를 토대로 가상화폐를 통해 브랜드 증권이 거래되는 증권거래소인데 브랜드 가치평가회사인 브랜드스탁에서 운영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사회연결망서비스(SNS)나 기사댓글, 커뮤니티 등을 통해 대한항공 항공권을 불매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대한항공 직원들이 진행한 촛불집회 자금 모금은 목표치를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항공은 3월23일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뒤로 이사회가 소집되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이 오너 리스크로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거나 수요 이탈을 겪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어려운 상황에 놓였는데도 대한항공 이사회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대한항공 이사회가 오너일가의 경영을 견제하지 못하는 구조로 짜여져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대한항공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5명 등 이사 9명으로 꾸려졌다. 조 회장과 조 사장,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부사장, 이수근 등기이사 대한항공 기술부문 부사장 등 사내이사 4명이 이사회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사외이사진은 안용석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임채민 법무법인 광장 고문, 정진수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김재일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김동재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등 5명으로 꾸려졌다.
법무법인 광장은 조 회장 매형인 이태희 변호사가 설립한 회사로 한진그룹 소송을 맡아 왔다.
법무법인 화우도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주요 사건을 맡는 만큼 조 회장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말도 나왔다. 2014년 조현아 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의 항공기 회항 사건을 맡았으며 지난해 국정농단 재벌총수 청문회에서 조 회장 옆에 배석하기도 했다.
대한항공 이사회는 지난해 안건 46개를 처리했는데 사외이사들이 한 표라도 반대 의견을 표시한 안건은 단 한 개도 없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동조합 관계자는 “대한항공 이사회는 대부분 조 회장 측근들로 구성되어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한항공에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직원 등이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갑횡포와 비리의혹이 지속적으로 번지는 데 대응해 조 회장과 조 사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것도 이사회가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카카오톡 제보방을 통해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갑횡포와 비리의혹을 지속적으로 폭로하고 있으며 2차 촛불집회를 추진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