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6년 만에 임금을 동결했다.
정유4사 가운데 올해 가장 빨리 임금협상 타결에 성공했다.
이달 초 인사에서 SK이노베이션 구원투수를 맡은 정철길 사장은 실적부진 극복을 위한 행보에 큰 힘을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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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신임 사장 |
16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 12일 임금동결을 골자로 한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해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모두 2149명 가운데 절반이 조금 넘는 1170명이 찬성했다.
이로써 정유4사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이 가장 먼저 임단협을 타결하게 됐다.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도 노사교섭을 벌이고 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노조는 자회사인 SK에너지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등을 합쳐 조합원이 2500여 명에이른다.
SK이노베이션 노사는 지난해 임금협상에서 임금 3.2% 인상에 합의한 적이 있다.
SK이노베이션 노사는 지난 9월 말부터 임금교섭을 시작했으나 협상안에 대한 입장차를 줄이지 못해 지난 한 달 동안 교섭이 중단되는 진통을 겪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 노사가 올해 임금동결에 합의한 것은 그만큼 회사의 경영상황이 위기수준에 이르렀다는 데 인식을 함께 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3분기까지 세전이익 105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세전이익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이에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 7월 비상경영회의에서 임원들이 연봉의 10~15%를 자진반납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은 4분기 이후에도 악화된 실적을 피해가기 힘들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국제유가가 6개월 가까이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정유사들의 재고평가손실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옥중에서도 “유가가 50달러 이하로 떨어질 상황을 대비하라”고 주문할 정도였다.
SK이노베이션 노사가 임금동결에 합의하면서 이번 인사에서 SK이노베이션 구원투수 역할을 맡게 된 정칠길 사장은 산뜻한 첫 출발을 하게 됐다. 정 사장은 과거 석유개발 사업경험을 토대로 SK이노베이션의 ‘탈정유화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정 사장은 SK이노베이션의 '효자사업'으로 떠오른 석유개발사업을 지속적으로 키울 가능성이 크다. 석유개발사업은 3분기에만 1214억 원 영업이익을 내며 정유부문의 부진을 메웠다.
하지만 유가하락 추세가 내년까지 지속될 경우 SK이노베이션의 석유개발사업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석유개발사업은 영업이익률이 높아 단기간에 사업위기에 처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저유가 추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지면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