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은 지난해 말부터 대우건설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그동안 인수합병 시장에서 보여줬던 소극적 태도와 달리 적극적으로 접근해 더욱 그렇다.
대우건설이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해외사업에서 모두 4500억 원이 넘는 잠재부실을 털어낸 점이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 포기에 결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은 모로코에서 진행하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프로젝트에서 지난해 3분기에 230억 원의 부실을 털어낸 데 이어 4분기에는 모두 3천억 원가량의 잠재부실을 추가로 반영했다.
대우건설은 앞으로 해외사업에서 추가 손실 가능성이 낮다는 뜻을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 초 7천억 원이 넘는 잠재부실을 한꺼번에 재무제표에 반영한 ‘빅배스’를 단행한 뒤에도 추가 손실이 발생한 점을 감안하면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의 해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해외사업 부실을 우리는 물론 대우건설 내부에서도 예측할 수 없었다”고 인수 포기의 배경을 설명했다.
호반건설은 그동안 거의 주택사업만 해와 해외사업의 잠재부실 처리와 관련한 경험이 없다.
주택사업은 택지구입과 아파트 분양 등만 잘 관리하면 안정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사업구조다. 하지만 해외사업은 발주처의 요구에 따라 공사 과정에서도 수많은 클레임이 발생하고 이에 따른 공사기간 연장, 지체상금 반영 등 여러 리스크를 함께 안고 있다.
대우건설이 현재 모로코 이외에도 동남아시아와 중동, 북아프리카 등에서 여러 해외사업을 하고 있다는 점을 놓고 볼 때 공사가 완공될 때까지 계속 리스크를 안고 갈 수도 있다는 불안은 호반건설에 매우 큰 부담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은 이번 대규모 손실반영 이전에도 2010년과 2013년, 2016년 등 3년마다 대규모 빅배스를 실시했다. 다른 대형건설사들이 2012년~2014년경 한번씩 대규모 빅배스를 실시한 것과 대비된다.
김상열 회장의 보수적 경영 스타일도 대우건설 인수 포기에 직접적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주택사업을 실시할 때도 누적 분양률이 90%를 넘지 않으면 다음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90%룰’을 지키며 호반건설 사세를 키웠다. 남의 돈을 웬만하면 빌려쓰지 않고 자체 현금으로 사업을 한다는 무차입 경영의 원칙도 유명하다.
김 회장의 보수적 경영기조는 그동안 호반건설의 여러 인수합병 움직임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호반건설은 최근 3년 동안 금호산업과 동부건설, SK증권, 한국종합기술 등의 인수전에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실사를 진행한 뒤 내부적으로 판단한 만큼만 인수가격을 써내거나 실사과정에 문제가 있으면 바로 인수의사를 접는 행보 등을 보였다.
이를 놓고 호반건설이 인수에 큰 뜻 없이 기업실사를 통해 각 기업의 내부정보만 살펴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지만 호반건설은 그 때마다 “매물 인수를 신중히 진행하는 것일뿐 결코 인수의사가 없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대우건설 인수에서는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며 인수를 눈앞에 두는 듯 했으나 예상치 못했던 돌발변수가 생기자마자 인수 의사를 철회한 점도 김 회장의 보수적 경영 스타일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