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18-02-07 15:4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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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이 해외사업에서 지난해 4분기에 또 대규모 영업손실을 냈다. 두 분기 연속이다.
지난해 초 7천억 원이 넘는 잠재부실을 미리 반영할 때만 해도 앞으로 추가손실이 없을 것이라는 태도를 보였으나 시장의 기대에 어긋나는 실적이 이어지고 있다.
▲ 송문선 대우건설 대표이사.
대우건설이 올해는 해외사업을 정상화할 수 있을까?
7일 대우건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에 이어 지난해 4분기에도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건설공사에서 대규모 영업손실을 선반영했다.
이 공사는 대우건설이 2013년 모로코 에너지기업 사피에너지로부터 2조 원가량에 수주한 사업으로 모로코 사피에서 15km 떨어진 해안에 1320메가와트(MW)급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북아프리카 발전사업에서 대우건설의 시장지배력을 확대하는 프로젝트로 지목됐다.
하지만 발주처의 자금사정에 따라 미청구공사액을 회수하는 데 애를 먹은 데 이어 자재 손상에 따른 원가 상승 등으로 지난해 3분기와 4분기에 모두 3200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내면서 대우건설 해외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카타르에서도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3분기에 카타르 뉴오비탈 고속도로 프로젝트에서 1450억 원의 비용을 미리 반영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바레인 등 중동 4개 나라가 지난해 6월 카타르의 테러단체 지원 의혹을 제기하며 단교를 선언하면서 공사기간이 연장돼 부득이하게 손실이 발생했다.
문제는 카타르 뉴오비탈 고속도로 건설사업을 발주한 카타르 공공사업청으로부터 지난해 초에 따낸 카타르 이링 고속도로 프로젝트까지 그 여파가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대우건설은 애초 카타르 뉴오비탈 고속도로 프로젝트를 지난해 말까지 완공한 뒤 해당 사업에 쓰던 장비를 이링 고속도로 프로젝트에 투입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뉴오비탈 고속도로 프로젝트의 공사기간이 늘어나면서 이링 고속도로 프로젝트에 필요한 장비를 추가로 빌려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은 7일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며 앞으로 해외사업에서 또 손실이 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 대우건설이 카타르에서 수주한 이링 고속도로 프로젝트 조감도.
그러나 대우건설이 보유한 해외사업 현황 등을 살펴볼 때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우건설의 지난해 3분기보고서를 살펴보면 뉴오비탈 고속도로와 이링 고속도로 프로젝트에 남은 수주잔고는 각각 2907억 원, 6336억 원이다.
뉴오비탈 고속도로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 안에 준공될 것으로 보이는데 대형건설사들이 완공 시점에 발주처와 계약금액을 정산하는 점을 감안할 때 다시 한 번 손실이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초 7천억 원 규모의 빅배스를 단행할 때 4500억 원의 잠재부실이 발생한 사우디아라비아 자잔 프로젝트의 완공시점이 올해 4월로 계획돼있는 점도 부담이다.
대우건설은 이미 발주처에 6천억 원 규모의 클레임을 청구한 상황이라 향후 협의과정에서 오히려 추가 환급금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을 보이고 있지만 정산과정에서 당장 추가 손실을 털어내야 할 수도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우건설은 빅배스를 실시한 뒤 반 년 만에 해외사업에서 대규모 손실을 계속해 털어내고 있다”며 “공사가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해외사업 실적을 안심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