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새 스마트폰 ‘픽셀2XL’에 탑재된 LG디스플레이의 올레드패널을 놓고 품질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기술력 부족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온다.
설상가상으로 중국 BOE가 중소형 올레드패널 공급을 본격화하며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어 LG디스플레이를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이 높아지고 있다.
전자전문매체 엔가젯은 20일 “구글 픽셀2XL에 탑재된 LG디스플레이의 올레드패널에서 화면이 흐릿하게 보인다는 여러 소비자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엔가젯에 따르면 구글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이런 반응에 대응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색감을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의 추가를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픽셀2XL의 화면 품질저하가 소프트웨어가 아닌 패널 자체의 문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패널을 적용한 이전작에서는 이런 논란이 벌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의 올레드패널을 적용한 LG전자 V30도 출시 초반 비슷한 디스플레이 품질논란에 휩싸인 만큼 LG디스플레이의 올레드 기술력을 의심하는 시선은 갈수록 따가워지고 있다.
엔가젯은 “다른 업체의 올레드패널에서는 찾을 수 없는 약점들이 보이고 있다”며 “구글이 LG디스플레이와 협력한 성과가 긍정적이라고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LG전자가 올해부터 구글의 자체개발 스마트폰 픽셀 시리즈의 생산을 담당하며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 LG화학 등 계열사는 주요부품의 공급을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이런 협력효과에 힘입어 구글을 사업 초기단계인 중소형 올레드패널의 고객사로 확보했다. 구글이 직접 LG디스플레이의 올레드 생산투자를 지원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품질논란이 불거지며 LG디스플레이가 사업경쟁력 확보를 낙관하기 쉽지 않게 됐다.
전자전문매체 더버지는 “구글 픽셀2XL 자체는 훌륭한 제품이지만 LG디스플레이 올레드패널의 품질이 실망스럽다”며 “화면이 푸르게 보이거나 화질이 완벽하지 못한 약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더버지는 이런 현상이 2011년 삼성전자 갤럭시S2에서 나타났던 디스플레이 품질문제와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LG디스플레이의 기술력 부족을 원인으로 지목한 셈이다.
LG디스플레이는 글로벌 중소형 올레드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에 비해 사업진출이 늦고 양산경험도 부족하다. 단기간에 기술격차를 완전히 따라잡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당장 애플이나 중국업체 등 주요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해 삼성디스플레이와 맞경쟁을 앞둔 상황에서 품질논란이 확산되는 것은 큰 걸림돌로 자리잡을 수 있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의 중소형 올레드가 삼성디스플레이와 맞먹을 정도의 기술을 보인다면 시장확대에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면서도 “초기 품질에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다면 오히려 삼성디스플레이의 시장지배력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경쟁업체인 BOE가 중소형 올레드 사업진출에 예상보다 일찍 나서며 LG디스플레이를 매섭게 추격하고 있어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전자전문매체 페이턴틀리애플에 따르면 BOE는 애플과 아이폰용 중소형 올레드 공급을 논의하고 있다. 화웨이의 프리미엄 신제품 ‘메이트10’에도 이미 올레드패널을 공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내년부터 애플 올레드 공급업체로 신규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품질기준이 까다로운 애플을 만족시킨다면 고객사 기반확대가 훨씬 쉬워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은 물론 중국 고객사들마저 BOE에 빼앗길 공산이 커지며 LG디스플레이 중소형 올레드사업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 LG디스플레이 올레드패널을 적용한 구글 '픽셀2XL'. |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최근 LCD패널의 사업전망이 불안해지자 중소형 올레드에 10조 원 규모의 시설투자계획을 내놓고 공격적 사업확대를 예고했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가 단기간에 기술력을 끌어올려 품질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올레드패널 중심의 체질개선 목표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LG디스플레이의 올레드패널 품질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삼성디스플레이와 색감 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소비자들이 삼성디스플레이의 올레드패널에 익숙해져있기 때문이다.
한 부회장도 최근 디스플레이산업대전에서 기자와 만나 “경쟁사와 LG디스플레이의 올레드는 서로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서로 잘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외부고객사에 패널공급과 관련한 내용은 확인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