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기자 wisdom@businesspost.co.kr2017-10-11 16:3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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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이 국정감사에서 군산조선소를 재가동하라는 거센 압박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신규수주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며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군산조선소를 가동하기에는 여전히 일감이 모자라 권 부회장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1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권 부회장이 12일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다.
권 부회장은 국정감사에서 정무위 국회의원으로부터 군산조선소를 다시 가동하라는 요구를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이 권 부회장을 올해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했는데 그는 전북 군산에 지역구를 뒀으며 군산조선소를 재가동하기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김 의원은 8월 “군산조선소 가동중단 문제는 국가적 차원에서 고려해야 할 문제”라며 청와대 앞에서 군산조선소의 재가동을 요구하는 1인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김 의원은 군산조선소를 늦어도 2018년 하반기부터 재가동해야 하며 이를 위해 2018년 상반기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군산조선소 가동중단으로 전라북도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며 향후 발주될 러시아 유조선 15척 건조일감 가운데 일부를 군산조선소에 배정해 재가동에 나서야 한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결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이 최근 신규수주에서 선전한 점도 군산조선소를 재가동해야 한다는 정치인들의 목소리에 힘을 싣는다.
현대중공업은 9월 말 국내 해운사 폴라리스쉬핑으로부터 초대형 광석운반선(VLOC) 10척을 주문받아 9100억여 원 규모의 신규수주를 확보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들어 8월까지 27억7600만 달러 규모의 신규수주를 확보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3% 많은 것이다.
문동신 군산시장과 전북도의회, 전북출신 국회의원 등은 현대중공업의 신규수주 물량을 군산조선소에 배정해 이 조선소를 다시 가동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권 부회장이 군산조선소 재가동을 요구하는 정치권에 화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모습.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최근 신규수주가 늘어난 것은 맞지만 울산조선소 일부 도크도 가동중단한 상황에서 군산조선소를 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신규수주가 실제 조선소 일감으로 이어지기까지 통상 1년 정도 걸려 단기적으로 군산조선소를 재가동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신규수주량은 폴라리스쉬핑으로부터 수주한 초대형 광석운반선까지 합쳐도 척수 기준으로 30척 정도다. 과거 조선업 호황기에 비하면 3분의 1에도 못 미는 수준이라서 군산조선소까지 돌리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일감부족에 몰려 본사인 울산조선소의 7개 도크 가운데 2개를 가동중단했고 조선부문 노동자를 대상으로 순환휴직도 시행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7월 발표한 ‘군산조선소 가동중단에 따른 지역 지원대책’에 군산조선소 재가동이 빠져 있는 것도 수주와 관련해 현실적인 어려움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시선도 업계에 자리잡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은 7월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2019년부터 군산조선소를 재가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조선업황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런 약속도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며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권 부회장이 기존 입장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