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에 바람 잘 날이 없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땅콩회항’ 사태 이후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번엔 배임의혹에 발목이 잡혀 있다.
29일 경찰청에 따르면 조 회장의 배임혐의를 놓고 구속영장을 신청할지 여부를 추석연휴가 끝나고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조 회장과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은 한진그룹 회삿돈으로 자택 수리에 30억 원을 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쟁점은 조 회장 등이 이 자금유용 사실을 미리 알았느냐 하는 점이다.
조 회장은 이를 지시한 일이 아니라고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이철성 경찰청장은 “조 회장의 혐의를 입증해 기소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본다”며 “신병처리(구속)를 위해 보강수사 중”이라고 자신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건이라 내놓을 수 있는 입장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조 회장이 직접 지시를 했는지 여부를 떠나 회삿돈이 개인적 집수리에 쓰였다는 그 사실만으로 체면을 구기고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주력계열사인 대한항공은 이번 사건으로 속을 끓일 수밖에 없다. 땅콩회항 사태가 잊혀질만 했는데 또 회사 이미지가 떨어질 사건이 터졌기 때문이다. 서비스업인 항공사의 특성상 기업 이미지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이 마무리된다 해도 끝이 아니다. 조 회장은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인하대가 대학발전기금 130억 원을 한진해운 회사채에 투자해 손실을 본 일을 놓고 배임혐의로 검찰수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인하대가 시세보다 비싸게 채권을 사들인 배경에 조 회장의 지시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한진그룹의 이미지가 오너 리스크로 계속 실추되면 한진그룹에서 올해 최대 과제로 꼽히는 진에어의 상장도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한국거래소가 최고경영자의 불법행위 여부를 상장심사의 항목 가운데 하나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한진그룹 창업주인 조중훈 회장의 장남으로 25년째 한진그룹을 이끌고 있다. 평소 “기업은 물려받는 게 아니라 자격을 갖춰서 가꾸어 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3년 전 땅콩회항으로 물의를 빚자 조 회장은 “수신제가를 하지 못한 제 잘못”이라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