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굳건한 중소형패널시장 지배력을 무너뜨리기 위한 일본과 중국 디스플레이업체의 기술개발과 투자공세가 갈수록 강력해지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주요고객사인 애플의 아이폰 패널공급을 놓고 치열한 맞경쟁을 벌일 수도 있다.
일본과 중국정부가 자국 디스플레이업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성장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방어전을 펼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재팬디스플레이, LCD로 올레드에 정면도전
29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재팬디스플레이는 최근 자체개발한 새 모바일용 LCD패널의 기술설명회를 열고 글로벌 고객사들에 적극적인 구애에 나섰다.
▲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겸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왼쪽)와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재팬디스플레이의 LCD패널은 스마트폰의 앞면 대부분을 화면으로 채울 수 있는 ‘베젤리스’ 디자인을 구현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샤오미의 미믹스2 등 최신 제품에 공급된다.
애플의 아이폰X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 LG전자 V30 등 최신 스마트폰은 모두 베젤리스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 기술적으로 형태변화가 자유로운 중소형 올레드패널을 탑재하고 있다.
반면 재팬디스플레이는 기술부족을 이유로 올레드사업 진출을 일찌감치 포기한 뒤 LCD에 역량을 집중한 성과로 올레드패널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신기술을 상용화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관계자를 인용해 애플이 내년 아이폰 신제품에 재팬디스플레이 패널의 탑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레드패널의 공급부족이 계속될 가능성에 대응하는 것이다.
애플은 아이폰X에 삼성디스플레이의 올레드를 독점공급받으며 물량부족으로 웃돈을 지불해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 생산원가에서 디스플레이가 차지하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
재팬디스플레이는 새 LCD패널이 낮은 가격에도 올레드패널의 기술적 장점을 대부분 구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엣지’ 디자인 등 곡면 스마트폰까지 적용할 수 있는 기술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애플에 연매출의 절반 이상을 의존하는 재팬디스플레이는 아이폰의 올레드 탑재확대로 큰 타격을 받을 위기에 놓이자 애플을 향한 구애에 특히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애플이 아이폰에 올레드패널 탑재를 포기하거나 비중을 축소할 애플을 겨냥해 대규모 증설투자를 벌이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 중소형 올레드에 10조 원의 투자계획을 내놓은 LG디스플레이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중소형 올레드 투자를 발표한 뒤 이르면 내년부터 애플에 올레드패널 공급을 소량이라도 추진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적이 있다.
◆ 중소형 올레드에서는 중국의 공세 놓여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기술력이 앞선 중소형 올레드에서도 시장지배력 유지를 안심하기 어렵다. 중국 BOE가 올레드패널 선두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BOE는 9월부터 중소형 올레드 대량양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곧 애플의 공급사로 진입하겠다는 목표도 내놓았다. 기술과 양산능력에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업체들이 올레드 기술을 확보하려면 적어도 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른 시일에 추격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BOE의 경우 2000년대 초 SK그룹에 인수되기 전의 하이닉스에서 올레드사업부문을 인수하고 2011년부터 양산에 들어간 만큼 다른 경쟁업체와 비교해 기술력을 쌓을 시간이 충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BOE가 글로벌 디스플레이 기술인력 영입에도 강한 공세를 펼친 결과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이은 올레드패널 3위업체로 평가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가장 위협적으로 꼽혔던 일본 샤프마저 뛰어넘으며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셈이다.
▲ 재팬디스플레이의 LCD패널을 적용한 샤오미 '미믹스2'와 중국 BOE의 중소형 올레드패널.
니혼게이자이는 관계자를 인용해 애플이 이미 BOE와 아이폰용 중소형 올레드 공급협상을 벌이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LG디스플레이보다 더 앞서 공급업체로 진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무라증권에 따르면 내년 중소형 올레드에 삼성디스플레이는 약 2조5천억 원, LG디스플레이는 3조 원을 들일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BOE는 약 6조 원의 시설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재팬디스플레이는 일본 정부펀드가 대부분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고 BOE는 중국 국영기업이다. 두 기업 모두 정부차원의 디스플레이산업 육성정책에 힘입어 막대한 지원을 받으며 성장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강력해지는 해외업체의 공세를 효과적으로 방어하지 못할 경우 중소형 패널시장에서도 과거 LCD패널과 같이 완전히 추격을 허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최근 디스플레이협회 행사 기념사에서 “중국 등 경쟁국들이 대규모 투자와 지원로 한국 디스플레이산업을 위협하고 있다”며 “업계에서도 노력하겠지만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이뤄져야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