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웅 기아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이 파업 장기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기아차 후임 사장에는 박한우 재경본부장(사장)이 임명됐다.
기아차는 31일 이 사장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 장기화로 막대한 생산차질을 빚은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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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삼웅 기아자동차 대표이사 사장 |
이 사장은 “사퇴를 해서라도 연례적 파업에 나서는 노조의 잘못된 관행에 경종을 울리고 자동차 산업의 노사관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사임이유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은 또 “이대로 잘못된 노사관계가 지속된다면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생산기반이 더는 설 자리를 잃게 돼 몰락하고 말 것”이라며 “결국 자동차업종에 종사하는 종업원들도 일자리를 잃게 되는 등 노사 모두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아차 관계자는 “이 사장이 쏘렌토, 카니발 등 신차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의 파업을 막지 못해 고객들의 출고대기 시간이 길어진 데 대해 막중한 책임을 느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기아차는 올해 임단협을 타결하는 데 152일이나 걸렸다. 현대차가 122일 걸린 데 비해 무려 한달이나 길어졌다.
이 사장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기아자동차 국내영업본부 북부지역본부장을 맡으며 자동차업계에 뛰어들었다. 그뒤 기아차 소하리공장장, 화성공장장 등을 거쳐 2011년 4월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이 사장은 현대자동차그룹에서 노사 전문가로 손꼽혔다.
일각에서 이 사장이 노사갈등에 책임지고 사실상 경질됐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파업사태가 매년 되풀이 되는 상황이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글로벌 자동차 4위에 오르는 데 발목을 잡자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기아차는 올해 6월12일부터 10월23일까지 임단협 협상을 벌였다. 노조는 이 과정에서 특근 및 잔업을 거부했고 이에 따라 6만9359 대의 생산 차질과 1조7771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회사측은 추산한다.
기아차는 지난 28일 임금 9만8천원 인상 등을 포함한 임단협을 최종 타결했다. 이 사장은 협상타결과 동시에 지난 28일 정몽구 회장을 비롯한 그룹 임직원들에게 사의를 표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이 사장이 사의를 밝힘에 따라 곧바로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에 박한우 재경본부장(사장)을 임명했다.
박 신임 사장은 단국대를 나와 1982년 입사해 33년 동안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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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한우 기아자동차 신임 대표이사 사장 |
기아차는 박 사장이 현대차 인도법인에서 재무담담을 지내며 공장운영 안정화와 수익성 향상에 기여했다고 임명배경을 밝혔다.
박 신임 사장은 특히 2009년 현대차 인도법인장을 맡았을 당시 i10, i20 등 현지 전략차종의 판매를 끌어올렸고 원만한 노사관계와 안정적 공장운영 등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사장은 2012년부터 기아차 재경본부장을 맡아 내실경영을 정착하는 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자넌 7월 사장으로 승진했다.
기아차는 “박 사장이 전문적 업무능력과 인도법인에서 경험 등을 바탕으로 앞으로 노사협상과 국내 판매증대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임 재경본부장에 재경사업부장인 한천수 전무가 임명됐다. 한 본부장은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기아차 재경사업부장, 재무관리실장과 현대제철 재무관리실장 이사 등을 거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