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1980년 대선 후보 당시 유세에서 한 말이다.
| ▲ 프랑스에서 시작된 시위가 유럽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사진은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당시 미국은 정말 살기 어려웠다.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랐다. 치솟는 물가에 금리도 높아졌다.
집이나 자동차를 살 돈을 빌리기 힘들었다. 요즘 말로 ‘어포더빌리티(affordability)', 즉 생활비와 주거비를 감당할 능력이 크게 악화했다.
나라가 아무리 세계 최강대국이면 뭐하나. 당장 나와 가족이 먹고 살기 힘들면 그곳이 바로 지옥에 다름 아니다.
프랑스를 시작으로 유럽 여러 나라에서 최근 격화하는 시위에도 생활고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 있다.
로이터, 유로뉴스를 비롯한 주요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에서는 생활비와 공공서비스를 둘러싼 불만에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포르투갈에서는 월급보다 빠르게 치솟는 집값에 중산층까지 가세해 수만 명이 항의 시위를 벌였다. 생활고에 따른 시위는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벨기에 등 유럽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유럽 주요 국가 상당 수가 경제성장이 정체하거나 후퇴하는 상황에서 특히 취업이 힘들고 자산도 없는 청년층의 불만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모양새다.
낙원처럼 보이던 유럽 국가에서 사람들이 먹고사는 일이 힘들어 거리로 나선다는 뉴스는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만든다.
다행스럽게도 한국 경제는 쇠퇴하는 이런 유럽 국가와는 상황이 사뭇 다르다. 반도체 산업의 '수퍼 사이클'을 타고 그야말로 폭풍처럼 질주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조사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1166억3천만 달러(약 156조5900억 원)로 중국에 이어 2위에 올랐다. 3위 독일과 4위 일본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IMF는 올해 연간 기준으로도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4219억 달러(약 566조 원)로 세계 2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에 날개가 달린 덕분이다. 산업통상부가 최근 내놓은 전망을 보면 우리나라의 올해 상품 수출은 1조 달러 돌파가 확실시된다. 여태껏 미국과 중국, 독일 세 나라만 경험해 본 규모다.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은 한국은행이나 IMF 등 국내외 기관 상당수가 3%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바라본다.
삼성전자는 3분기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100조 원을 넘기기도 했다. 애플, 구글, 아마존 같은 미국의 빅테크 기업조차도 여태 가보지 못했던 길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미국 엔비디아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내는 테크기업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이런 반도체에 힘입은 호황이 곧 국민의 살림살이 개선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주거비와 생활비에 짓눌리는 가계가 늘고, 청년 고용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민간소비는 전 분기보다 0.2% 감소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끄는 한국 경제는 질주하지만 가계 씀씀이는 쪼그라든 것이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9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0.4% 감소했고 건설기성액은 1.6% 줄었다. 건설기성액은 공사가 실제 진행된 정도를 금액으로 나타낸 수치다.
내수 경기를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가 후퇴하는 모양새다.
고용지표에서도 거시 경제와 체감 경기의 차이가 드러난다. 국가데이터처의 9월 고용동향을 보면 전체 고용률은 70.6%로 전년 동월 대비 소폭 개선됐지만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4.0%로 1.1%P 후퇴했다.
전체 실업률도 2.0%로 전년 동월 대비 0.1P 낮아졌지만 청년층 실업률은 5.4%로 오히려 0.6%P 높아졌다.
집값도 질주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하는 서울 아파트 가격은 10월 말까지 90주째 상승세를 이어갔고 이 기간 상승률은 18%에 이른다.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수출과 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있지만 가계는 일자리와 주거비를 걱정하고 있다.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청년층을 비롯한 대부분 국민에게 경제 성장은 딴 나라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보고서에서 "경제 성장에 따른 소득 증가가 반도체 관련 산업에 집중되고 있다"며 "부진한 실질임금이 광범위한 가계의 소득 개선을 제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 ▲ 반도체 호황으로 수출과 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있지만 온기는 번지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수출용 반도체가 항공기에 실리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이재명 정부가 경계해야 대목도 바로 이 지점이다. 거시경제의 호황이 이어지는 동안 내수를 중심으로 한 경제 양극화를 줄이지 못하면 반도체 경기가 꺾일 때 성장과 세수, 소비가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
지금의 반도체발 호황은 양극화가 심화한 한국 경제의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는 호황의 과실이 더 넓게 흐르도록 경제의 물줄기를 바꾸는 일에 속도를 내야 할 필요성이 크다.
우선 '닥치고 주택 공급'부터 시작해 청년 고용과 물가 안정 같은 민생 정책에서 모두가 체감할 성과를 내야 한다.
반도체 호황은 이재명 정부가 만든 게 아니다. 하지만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올해와 내년 20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초과 세수를 활용해 모두의 어포더빌리티를 올리는 일은 분명한 이재명 정부의 숙제다.
한국 경제가 질주하고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로 돈 잘 벌면 뭐 하나. 내가 힘들면 다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자고로 배고픈 것보다 배 아픈 게 더 힘들다고 했다. 자칫 잘못하면 한국에선 이 둘을 다 겪을 수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선이 확실시되던 2025년 6월4일 새벽 여의도 국회 앞에 나와 국민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우러져 함께 살아가는, 공평하게 기회를 함께 누리는 억강부약의 대동세상을 우리 함께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그 거룩한 다짐이 이뤄질 조짐이 하루빨리 나타나길 바란다. 박창욱 글로벌&기후대응부장 겸 건설&에너지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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