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2027년 기금 출범을 추진하는 가운데 지방교부세 산정방식 개편에 따른 지방재정 자율성 약화 우려를 해소할 제도적 장치 마련이 향후 입법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기획예산처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계획중인 '미래대응기금'을 비판하는 국민의힘 임이자 정책위의장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방교부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16일 국회 입법예고가 종료된다. 이로써 미래대응기금 설치법과 국가재정법·지방교부세법·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등 정부가 제출한 관련 패키지 법안 6건의 국회 입법예고 절차가 모두 마무리된다.
개정안은 미래대응기금에 전입하는 금액을 지방교부세 산정 대상인 내국세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방재정 여건이 악화될 경우 정부가 미래대응기금을 활용해 지방자치단체를 추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도 포함됐다.
미래대응기금은 반도체 호황 등에 따라 증가한 세수 가운데 최근 10년간의 내국세 증가 추세를 웃도는 추가 세수를 적립해 미래 성장동력 투자와 재정 안정화에 활용하는 기금이다.
정부가 2027년도 예산안에서 제시한 기금 규모는 162조3천억 원으로 이 가운데 45조4천억 원을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등 4대 분야에 투자하고 12조5천억 원은 국채 신규 발행 축소에 활용할 계획이다. 나머지 104조4천억 원은 향후 세수 변동 등에 대응하기 위한 여유자금으로 운용한다.
기금 규모는 향후 초과세수 전입 여부에 따라 200조 원대로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실제 조성액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미래대응기금 신설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13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추진 방침을 밝히면서 본격화했다. 이후 정부는 8월 기금 조성방안을 구체화한 뒤 9월1일 2027년도 예산안에 반영했으며 9월3일 기금 설치법을 비롯한 연계 법안 6건을 국회에 제출했다.
한편 지방정부의 우려가 집중되는 지점은 미래대응기금 신설에 따른 지방교부세 산정방식의 변화다.
현행 지방교부세 가운데 보통교부세와 특별교부세의 재원이 되는 정률분은 내국세의 19.24%를 기준으로 산정하지만 정부안은 이 비율을 유지하면서 미래대응기금 전입금을 내국세에서 먼저 제외한 뒤 지방교부세를 산정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2027년도 정률분 지방교부세는 약 69조7천억 원으로 편성됐으며 기존 산식을 유지했을 경우의 약 100조2천억 원보다 30조5천억 원 적은 규모로 추산됐다.
다만 이는 지방교부세가 올해보다 30조5천억 원 줄어든다는 의미는 아니다.
정부가 편성한 2027년도 지방교부세 전체 규모는 약 77조2천억 원으로 올해 본예산 69조4천억 원보다 7조8천억 원 증가했다. 즉 정부는 지방교부세가 전년보다 증가한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지방정부는 기존 산식을 유지했다면 확보할 수 있었던 재원이 줄어든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재원 사용의 자율성 문제도 맞물려 있다.
지방교부세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보통교부세는 지방정부가 용도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반재원인 반면 미래대응기금의 지방계정에는 중앙정부가 사용 목적을 정한 사업예산도 포함돼 있다.
이를 두고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던 재원의 일부가 특정 사업에 대한 지원으로 대체될 경우 재정운용의 자율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지방정부의 반대 의견도 잇따르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지방교부세법 개정안 관계기관 의견조회 결과'에 따르면 전국 지방자치단체 63곳이 해당 개정안에 우려 또는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 사이에서도 기존 정부안에 대한 수정 요구가 나오고 있다.
| ▲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왼쪽 세 번째)가 9월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대응기금 당정협의에서 참석한 광역단체장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위성곤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이원택 전북특별자치도지사, 김 대표, 신용한 충북도지사. <연합뉴스> |
허태정 대전시장은 지난 9월29일 당정협의에서 "지방교부세 감소분을 기금 내 용도가 지정된 사업으로 단순 대체할 경우 지방재정의 자율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 시장은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지방미래성장지원금을 3조5천억 원에서 10조 원 수준으로 확대하고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에는 국비 전액 지원을 원칙으로 적용할 것을 건의했다.
박찬대 인천시장도 같은날 당정협의에서 지방재정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교부세율 조정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이 지방재정을 축소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세수 변동에 대응하면서 지방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장치라는 입장이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미래대응기금 도입에 따라 기존 산식보다 지방교부세가 적게 배분되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지방교부세 총액 자체는 증가한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내년도 지방교부세는 77조2000억원으로 올해 대비 11.3% 늘어난 것"이라며 "내년이 77조2000억원이라면 내후년에는 101조원으로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방정부에 대한 지원이 부족할 경우 국회 심의 단계에서 추가 보완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도 지난 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미래대응기금 지방계정에 편성된 재원 가운데 3조5천억 원을 일반재원으로 지원하고 기금 사업비는 지방비 부담 없이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장관은 기금사업의 의사결정과 정책 설계에서 지방정부가 주도권을 갖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국회에서는 미래대응기금 설치법과 연계 재정법안의 심사가 2027년도 예산안 처리와 맞물려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권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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